“부작용 예상되는 임상시험서 환자 사망, 식약처는 응답하라”

강윤희 임상심사위원 1인 시위, 식약처 “전문가 자문위 거친 사항” 등 해명

의협, 전문성 결여된 식약처 기능 재정비 및 위원 징계검토 중지 요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술한 임상시험 시스템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식약처 근무의사의 주장이 나왔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약물 임상시험을 모니터링 없이 진행하고, 특정 고용량군에서 약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사망이 4건이 발생해 환자 등록 중지를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이를 졸속처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에 대해 해명하며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해당의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종양약품과 강윤희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은 이러한 내용의 피켓 시위를 진행하면서 식약처 쇄신을 촉구했다.

 

강 위원은 “A사 항암제 임상시험 중 환자가 심장독성으로 사망했다. 이전에도 유사사례가 몇 건 보고됐다”며 “이 항암제는 허가된 약물이었는데 허가상 주의사항에 심장 독성이 기술돼 있고, 정기적으로 심장초음파를 검사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해당 임상시험에는 정기적인 심장초음파 검사가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건을 먼저 검토했던 동료 의사와 함께 이제라도 계획서(임상시험계획서)에 주기적인 심장초음파 검사를 넣어야 한다고 구두와 이메일로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강 위원은 또 “B사 항암제 임상시험 중 환자가 객혈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해당 항암제는 혈소판 기능장애에 의한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데, 한국에서 혈소판 기능장애는 매우 드문 질환이다”라며 “관련 연구들을 분석했을 때 추후 유사한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경증의 출혈에도 약물 투여를 일시 중지하고, 대형 출혈시에는 혈소판 수에 상관없이 혈소판 수혈을 고려하도록 계획서 변경을 요청할 필요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문가 회의 결과 혈액응고 분야 전문가들은 계획서 변경 조치, 위험성을 알리는 안전성서한(계획서 변경보다는 낮은 안전성 조치) 배포 등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식약처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내부 종결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회와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하니 간신히 안전성서한을 회사에 요청했다”고 꼬집었다. 

강 위원은 C사의 항암제 임상시험 중 특정 고용량군에서 약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사망이 4건 발생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대부분은 말기이기 때문에 약물이 사망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평가하기 어렵고 이 정도의 사망 사례가 의미가 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망 4건이 특정 고용량에서만 발생하고 그 용량 미만인 군에서는 발생이 없었고, 사망이 약물 투여 후 3개월 이내 발생했으며 사망 외에도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약물부작용이 해당용량군에서 높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강 위위원은 해당 용량군에 환자 등록을 일시 중단하고, 회사에게 각 용량군에서의 유익/위해성을 재평가하도록 식약처에 요청했다.

강 위원은 “그런데 식약처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외부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하니 바로 회의를 열었으나, 본인의 참석은 배제한 채 졸속 종결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강 위원은 ▲2012년부터 회사가 제출해 온 개발 중인 약의 안전성정보(DSUR)를 검토하지 않았으면서 지난 임상시험 5개년 발전계획에 새로운 제도인 것처럼 발표한 것 ▲의료기기 추적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공유방을 시술한 환자 리스트 파악이 안 되는 것 ▲의사들은 접근하지도 않는 곳에 채용공고를 올리면서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것 등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식약처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강 위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심장 위험인자 모니터링은 임상시험자료집에 이미 포함된 사항이다. 별도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식약처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또 임상시험 도중 1건 사망이 보고되었으나 이후 추적보고에서 약물과의 관련성이 없는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혈성 부작용이 예상되는 임상시험에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3인이 참여했다. 당시 약물 용량에 대한 기준은 계획서에 포함됐었고 혈소판 검사만으로는 부작용 예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수혈은 일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불필요하다. 다만 출혈이상반응을 주의해 조치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 임상시험이다. 임상진단학을 전공한 강 위원이 지적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C사의 항암제 임상시험건에 대해서도 “이 내용은 Y사가 개발 중인 폐암 신약에 대한 것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결과, 4건의 사망원인은 모두 약물과의 관련성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망사례 환자들도 기저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약물 복용 후 발생하는 간질성 폐질환 등 호흡기계 이상에 대해 연구자에게 서한을 배포를 했으며, 호흡기계 이상이 있는 환자는 좀 치밀하게 선정하도록 했다. 환자 모니터링도 철저히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 외 강 위원이 지적한 사안에 대해서는 “식약처는 이번 임상시험 5개년 발전계획에 임상 의약품의 안전성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을 포함했고 근거 마련은 내년부터 진행된다”며 “인공유방의 경우 폐업한 의료기관의 정보 수집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국세청, 보건소 등을 통해 환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약처는 의사출신의 심사위원 채용을 위해 의사 채용 전문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고, 방송 홍보도 하고 있다. 병원에도 채용공고문을 발송하고 있고, 의사 커뮤니티 전문사이트에 110만원을 내고 홍보하고 있다. 우리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야말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위원에 대해서는 신뢰 저해 행위, 허위사실 유포, 부서장 협박·모욕, 내부정보 언론 유출, 직위 사적 이용 등의 문제가 있어 징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징계위원회 일정은 아직 미정이나 회의가 열리면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식약처가 강 위원에 대해 직무규정 위반을 사유로 중징계 처분을 예고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강 위원은 업무 이외 시간을 활용해 정당한 방법으로 1인 시위를 해나가고 있다. 그가 임상심사 전문가를 확충해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소통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충언과 제언을 묵살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중징계를 검토한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만약 강 위원을 징계한다면 묵과하지 않고 의협 차원의 강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좌)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우) 강윤희 위원.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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