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페스티벌이 너무해

페스티벌이 너무해

사진=앤 마리 SNS

“나는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 부디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려 달라”

팝 가수 앤 마리의 호소입니다. 앤 마리는 ‘2002’라는 노래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스타죠. 그는 지난 28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는데요. 그러나 폭우로 인해 페스티벌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앤 마리의 공연도 취소됐습니다. SNS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하던 그는 결국 이날 밤 늦게 호텔 라운지를 빌려 무료 공연을 열기까지 했습니다.

‘해피 엔딩’처럼 보이는 결말이지만, 께름칙한 구석이 많습니다. 공연을 주관하는 페이크 버진 측은 당초 ‘앤 마리가 공연 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앤 마리는 SNS를 통해 “내가 공연을 취소한 게 아니다”라면서 “나는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공연을 하다가 무대가 무너져 사고가 발생할 경우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맞섰습니다.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힙스터’들이 특히 사랑하는 공연입니다. 최첨단을 달리는 라인업 덕분인데요. 그러나 올해는 부실한 운영 방침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우천으로 인해 공연이 거듭 지연되고 예정돼 있던 공연은 갑작스럽게 취소됐기 때문이죠. 관객들은 주최 측이 제대로 된 안내나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짜증을 내는듯한 태도로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고 주장합니다. 앤 마리 외에도 다니엘 시저, 빈지노의 무대가 공연 당일 취소됐습니다.

2017년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 사진=CJ ENM 제공

부실한 운영은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6~28일 ‘2019 지산록페스티벌’은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23일 돌연 취소 소식을 알렸는데요. 공연을 주최‧주관하는 디투글로벌컴퍼니는 “투자자 미지급, 공동제작사의 구속으로 인한 조직도 재편성 등으로 제작일정을 원활히 진행할 수 없었다”며 사과했습니다. 이로써 ‘지산록페스티벌’은 2년 연속 관객을 만나지 못하게 됐습니다. 2010년부터 이 공연을 진행해오던 CJ ENM이 2017년 손을 떼면서, 지난해에도 열리지 못 했거든요.

다음 달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는 긴 시간 이 공연을 운영해온 예스컴 대신, 경기일보가 공동주관사로 들어왔는데요. 전 세계 페스티벌의 출연진 섭외는 보통 1년 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올해 새로 맡게 된 주관사는 섭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입니다. 실제로 이 공연 간판 출연자로 나선 밴드 위저, 더 프레이, 코넬리우스 등의 명성이 이전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고요.

지역 록페스티벌의 자존심으로 꼽히던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헤드라이너로 나선 시스템 오브 던(System of a down)의 출연이 무산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빈자리는 ‘국민그룹’ 지오디(god)가 메웠죠. 국내 대표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 역시 간판스타들의 출연 번복으로 애를 먹었습니다. 마틴 게릭스가 발목 부상으로 불참 소식을 알린 데 이어,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가 공연 당일 새벽 출연 취소를 통보한 건데요.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의 경우, 불참 이유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관객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올해 페스티벌에 마가 낀 것 아니냐’는 뼈 있는 농담이 오고갑니다. 대부분의 음악 페스티벌이 야외에서 열려 날씨 등 변수가 많은데다가,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소통에도 고충을 겪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로 인한 불편함을 관객들에게 전가해선 안 됩니다. 음악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높아진 요즘, 공연 기획사들의 내실 다지기가 더욱 절실해 보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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