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시 1년 내 ‘9조원’ 증발할 수도

멧돼지 통한 ASF 유입 가능성에도 포획 미미… 김현권 의원 “선제적 대처 시급해”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유입하게 되면 1년 안에 9조원이 증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중국의 사례와 양돈업 통계자료 등을 토대로 산정한 손실규모는 천문학적이다. 관련해 중국에서는 ASF 발병 10개월 동안 돼지 1억 마리가 살 처분됐다. 현재 우리나라 돼지 사육마리수는 1000만 마리. 중국과 같이 1년 내 우리나라 돼지의 절반이 죽는다면 살처분하는 데 5조원이 소요된다. 

또 국내 양돈업의 생산액을 고려할 때 3조6690억 원의 부가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국산 시장점유률 감소에 따른 손실까지 더하면 경제적 피해는 1년 내 9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분석이다.  

이러한 손실을 조기 차단하려면 선제적 대응이 필수. ASF가 유입됐지만 조기 극복한 벨기에는 잔반급여 금지와 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통해 양돈농장으로 ASF가 확산되는 것을 조기 차단했다. 

우리나라로의 유입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북한 접경지역 멧돼지에서 ASF와 증세가 유사한 돼지열병(CSF, 돼지콜레라)이 계속 검출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돼지설사병(PED)가 급증하고 있다. PED는 ASF와 질병전파경로가 유사하다. 때문에 ASF 유입시 여러 가축 질병이 맞물려 더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는 “복합적으로 감염되었을 때 피해가 증폭되거나 정확한 진단을 지연시켜 피해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 멧돼지 개체수 조절, 다소 소극적?

“국내 양돈장 펜스 설치율은 20% 미만이다. 펜스가 없으면 고양이, 야생 들쥐나 새 등이 멧돼지로부터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죽은 돼지의 피를 먹은 파리가 사료나 출하 차를 타고 전파시킬 수 있다. 배를 타고 ASF 바이러스 먹은 파리가 항만을 통해 한국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잔반 사료 금지를 조속히 법제화해야 한다.”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 양돈타임스 5월16일자 보도 중

ASF 유입 경로는 다양하다. 주요 원인으로 ▲외국에서 반입되는 불법축산물 ▲비행기·선박에서 나온 남은음식물 ▲감염된 야생멧돼지-사육돼지의 접촉 ▲감염된 물렁진드기 등이 거론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는 몽골지역에서 겨울철에 날아오는 독수리떼 등 맹금류의 이동에 의한 ASF전파 가능성에 대해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렁진드기 2종(이라타쿠스, 무바타)도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야생 멧돼지가 복병이다. 정부는 중국 백산시 야생멧돼지 발생으로 북한 통한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현권 의원의 도움으로 확인한 환경부의 ‘한국 주요 야생동물 서식밀도’를 보면, 지난 2017년 멧돼지 수렵마리수가 크게 늘었지만, 개체수 증가로 서식밀도, 즉 1제곱킬로미터당 마리 수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시 1년 내 ‘9조원’ 증발할 수도

정부는 야생멧돼지 접근 차단을 위해 15억 원을 투입, 양돈장에 울타리를 포함한 방역시설과 장비를 100개소에 설치하고 있다. 수요조사 후 2020년부터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는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 목표에 대해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 목표는 없다”면서도 “멧돼지 포획 강화 조치로 포획량은 전년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참고로 지난해 5만219마리가 포획됐다. 물론 접경지역 14개 시·군 및 전국 양돈농가 주변지역에 대한 사전 포획 조치, 민통선 이북지역 군부대원 인솔 하에 총기포획 실시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연간 80만두, 50만두의 수렵을 시행, 국경 접경 야생멧돼지에 대한 적극적 개체수 조절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현권 의원은 “야생 멧돼지에 대한 선제적 살처분을 통한 강력한 개체수 조절 정책, 그리고 잔반사료 급여 중단과 같이 선진국에 준하는 실질적인 대책들이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며 “몽골 독수리, 북한 멧돼지의 남하가 본격화하는 늦가을 이후 설 명절 민족의 대이동과 함께 닥칠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2011년 수백만 마리를 산채로 매장해야 했던 악몽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로 고비를 견뎌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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