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X101 종영] ‘프듀’의 신화가 깨져간다

‘프듀’의 신화가 깨져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Mnet ‘프로듀스 101’엔 매회 눈물바람이 일었다. 일주일간 준비한 무대로 탈락 여부가 결정되는 프로그램 진행 방식 때문이다. 무대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과 압박은 “살려 달라”는 호소로 이어졌다. 보는 사람에게마저 높은 스트레스를 안기는 이 프로그램 출연자 평균 연령은 불과 20.6세(1회 연습생 전원 기준). 그러니까, 이제 막 미성년 딱지를 뗀 101명 연습생들이 생존과 방출을 두고 극한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종영한 ‘프로듀스X101’은 ‘프로듀스101’의 네 번째 시리즈다. 최종회 기준 온라인 투표와 생방송 문자 투표에서 가장 높은 득표수를 기록한 10명과 온라인 누적 투표수가 가장 많은 1명이 최종 데뷔그룹 ‘엑스원’으로 선발됐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총 5년으로 역대 시즌 중 가장 길다. 이 가운데 2년6개월은 엑스원 활동만 가능하며, 나머지 2년6개월 동안은 팀 활동과 개인 활동을 겸업할 수 있다.

독일까, 득일까…미지수 ‘X’

‘프로듀스X101’의 핵심은 미지수 ‘X’다. 온라인 누적 투표수로 선발된 ‘X’ 멤버를 비롯해 프로그램 곳곳에 ‘X’라는 이름의 규칙이 신설됐다. 그러나 이 ‘X’의 존재가 지난 시즌과의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는지는 (공교롭게도) 미지수다. 연습생 등급 평가에 신설된 X등급(최하위 등급)이 대표적이다. 제작진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지 못한다’는 규칙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려 했으나, 오히려 이 등급 연습생들에게 관심이 집중돼 연습생 전반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더 나쁜 건 2차 순위 발표식에서 탈락했던 김동윤을 ‘X 부활’이라는 명목으로 프로그램에 재등장시킨 과정이다. 제작진은 콘셉트 평가 무대를 준비 중이던 연습생들에게 김동윤의 영입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파트와 동선 수정을 수반하는 새 멤버의 합류를 기존 연습생들이 반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습생들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김동윤은 물론, 완성도 높은 무대와 함께 좋은 인성까지 보여줘야 하는 기존 연습생들에게도 가혹한 처사였다. 

세 시즌 내내 지적돼온 연습생간 분량 편차 문제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열정’ ‘꿈’ ‘간절함’으로 포장한 가학적 연출도 그대로다. 제작진 스스로 ‘프듀의 꽃’으로 꼽는 콘셉트 평가 무대가 특히 그렇다. 소속 팀을 옮기게 된 일부 연습생들은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데,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중요한 건 결과”라는 질책이거나 “즐겨라”는 조언뿐이다. 열아홉살 소년이 ‘내가 너무 싫다’며 괴로워하는 것이, 제작진이 보기엔 정상적인가.

[프로듀스X101 종영] ‘프듀’의 신화가 깨져간다“빌보드 노린다”더니, 시청률은 ‘지지부진’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혹독함은 이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등가 교환돼 왔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면 ‘꽃길’이 펼쳐지리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제작진은 ‘원활한 해외 활동’을 이유로 데뷔조의 활동 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엔 미국 빌보드 차트를 향한 야심도 새겨 넣었다. 그러나 ‘프로듀스X101’은 방영 내내 2%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에 머물렀다. 시즌2 최고 시청률 5.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프로듀스48’)이 우익 시비로 시청자를 잃은데다가, 비슷한 방식의 경연이 계속돼 흥미가 시들해졌다. 데뷔 조의 계약 기간이 긴 것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다. 장기 계약을 부담스러워하는 기획사들이 핵심 연습생 대신 일명 ‘병아리 연습생’을 내보내다 보니, 시청자들 입장에선 무대를 볼 맛이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누군가에겐,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여전히 ‘잭팟’을 터뜨릴 기회다.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간에 실력을 쌓고 이름도 알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까. 유명세를 보장하는 것이 가학적인 연출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만약 그 유명세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면,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더 자극적인 방송’이 아닌, ‘더 나은 방송’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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