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정보 다루는 정부 사업에 왜 보험사가 기웃?

과기부 ‘마이데이터 사업’, 삼성화재 참여에 우려 증폭... 소관부처 복지부와 협의 '글쎄'

#“남사장님, 저희 상국병원이 환자정보를 단순히 생보사 영업하기 쉬우라고 넘겨드리는 겁니까? 계약자의 질병을 미리 알면 나중에 지불 거부할 수 있고, 지불가능성 높은 상품은 아예 가입을 못하게 할 수도 있고.”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라이프>의 대사 중 일부다. 조승우가 연기한 구승효 사장은 보험사에 환자 정보를 한 세트당 150만원에 판매한다. 드라마는 민감한 진료기록이 담긴 환자의 의료정보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그린다.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는 보건의료 산업에 있어 환자 의료정보의 무분별한 남용은 드라마와 같이 돈벌이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반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반대 의견도 높다.  이렇듯 양쪽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본인정보 활용지원(MyData) 사업(이하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본인정보를 직접 내려 받거나 동의하에 제3자에게 제공해 다양한 분야의 개인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사업이다. 올해 예산은 총 97억 원. 지난 2월 공모 과제에는 31개 컨소시엄이 신청했다. 그리고 선정된 곳에는 서울대병원 컨소시움도 있었다. 

공모 절차를 거쳐 사업은 총 8개 과제로 결정됐고, 이중 3개는 의료 분야였다. 서울대병원이 주관하는 과제는 ‘MyHealth Data 플랫폼 및 서비스 실증 과제(이하 마이헬스데이터 과제)’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과제를 “환자가 동의한 개인 의료정보 기반의 건강정보 교류 플랫폼 개발, 라이프로그 데이터와 융합하여 개인 맞춤 코칭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민간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참여 기관에 포함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환자 의료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업에 민간보험사가 참여하는 것에 당장 국회에서 문제제기가 나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삼성화재의 참여를 비롯해 ▲환자 정보 제공 동의 절차의 형식화 가능성 ▲환자 의료정보의 무분별한 유통 위험 ▲의료영리화 단초의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았다. 참고로 참여 기관은 삼성화재 외에도 ‘차의과대학교 산학협력단’, ‘메디블록’, ‘웰트’ 등이 있다.  

삼성화재가 포함된 것에 대해 과기정통부 융합신산업과 관계자는 “서울대병원과 삼성화재가 묶여서(컨소시엄) 제안이 왔고, 평가를 통해 선정한 것”이며 “삼성화재 포함 여부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과제의 주관인 서울대병원 (삼성화재를) 선택하고 집어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측은 자신들이 ‘청구 전산화 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참여 기관 중 하나인 메디블록을 거론하며 “그 업체가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의료데이터를 시스템에 연결·활용케 하는 ‘시스템 회사’”이며 “(삼성화재의) 역할은 ‘고객편의서비스’일뿐 일각에서 문제 삼는 것처럼 환자 의료정보를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 참여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진척 정도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와 연관된 사항이라 이 시점에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쟁점은 더 있다. 환자 정보 제공 동의 절차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뤄지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환자에게 구체적·개별적 동의를 얻을 예정”이며 “지적처럼 동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면 반대가 있을 수 있어 자세히 설명 동의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밝히고 싶지 않은 개인 병력, 질환의 유출 및 유통으로 제약사·병원·보험사 등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환자가 정보 이용 동의를 하면 바로 보험사로 의료기록이 넘어간다고 오해한다”며 “이 사업은 의료기관이 환자 당사자에게 정보를 주고, 환자가 보험사랑 필요하면 주는 것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으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는 넘어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환자 의료정보 활용 사업은 추진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당시 초점은 원격의료 아니었느냐”고 말해 마이데이터 활용은 비교적 관심도가 낮았음을 에둘러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영리화를 목적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혀 세간의 우려와는 선을 그었다. 

환자 정보 다루는 정부 사업에 왜 보험사가 기웃?

◇ 부처 간 협의, 될까?

윤소하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꼬집는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법적 검토를 거쳐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사업선정까지 별도로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관계자는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두 부처 모두 “현재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협의’에 대한 ‘온도차’가 일정부분 발견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혹시 복지부에서 이견이 있는 지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했지만, 복지부 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알 수 있으며, 자문도 구하고 점검을 하고 있지만, 의료법 등 복지부 소관부서의 검토 등 행정부처의 유권해석도 중요하다”고 강조, 사업 시행에 있어 주관 의료기관 등에 대한 복지부의 전반적 점검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복지부는 사업의 기본 방향에 있어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들어 찬성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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