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환대’는 어디에

블루보틀, ‘환대’는 어디에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이 국내에 공식 진출했다. 그러나 창업자가 직접 언급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환대’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지난 3일 문을 연 블루보틀 성수점은 당일 10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며 대기시간이 4시간에 달하는 등 이목이 집중됐다. 블루보틀 성수 1호 고객은 전일 밤 12시30분부터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루 블루보틀 성수점의 매출은 약 6000만원으로 알려졌다.

블루보틀은 2002년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커피브랜드다. 맛, 환대, 그리고 지속가능성 등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알려졌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자연광을 바탕으로 한 미니멀리즘에 대한 자신들의 공간철학을 반영했다. 통유리로 된 개방형 아트리움을 통해 외부에서도 블루보틀 로스터리를 볼 수 있다. 또 로스터리와 바리스타 교육과 시음회가 진행되는 트레이닝 랩을 갖추고 있다. 블루보틀은 조만간 2호점인 삼청점을 열고 연내 4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블루보틀에서 소비자들에 대한 환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환대란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제임스 프리먼과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가 직접 이야기한 블루보틀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현재 블루보틀 오피셜 사이트는 영어와 일본어 외에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온라인 MD 판매 역시 한국은 빠져있다. 성수점을 찾을 수 있는 인근 소비자들 외에 지방 거주자들이 MD나 원두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리셀(Resell)을 통해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환대와는 거리가 멀다. 

메뉴 안내 역시 불친절하다. 벽면에 비치된 메뉴판과 소비자들이 들고 볼 수 있는 간이메뉴판에도 한국어는 없다. 앞서 진출한 일본의 경우 벽면 메뉴판은 한국과 동일하게 영어 메뉴판이지만 간이메뉴판은 일본어가 기재돼있다.

와이파이와 콘센트 등 방문고객을 위한 편의서비스 역시 없다.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휴대폰은 어른용 고무젖꼭지(달래기)”라며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의미 없이 6시간을 앉아있는 것보다 단 20분이라도 좋은 커피와 정말 멋지게 보내는 게 낫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시네가와 이세탄백화점의 블루보틀 6호점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점 등에서는 와이파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을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선을 긋는다. 블루보틀은 성수점 운영 1년 전부터 국내에서 티저 마케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블루보틀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보틀이 개점 초기 소비자들에게 자사 아이덴티티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해외 매장에서 제공되는 소비자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공식 오피셜 사이트에 한국이 빠진 점, 한국어 메뉴판이 없다는 점 등은 아이덴티티가 아닌 아닌 불친절의 영역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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