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위기의 지상파

위기의 지상파

[친절한 쿡기자] 위기의 지상파

지상파 방송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의 위기설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먼저 MBC의 월화드라마 폐지설이 불거졌습니다. 지난 25일 조선일보는 “MBC가 오는 7월 방영 예정된 ‘어차피 두 번 사는 인생’을 끝으로 월화드라마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BC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죠. 하지만 수목드라마를 오후 10시에서 9시 시간대로 옮긴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곧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됩니다. 방송사 중 처음으로 지난 1980년 월화드라마를 편성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MBC가 월화드라마 폐지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사건입니다.

KBS도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예능을 지칭하는 ‘해피선데이’의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죠. ‘해피선데이’는 최근까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1박 2일 시즌3’를 묶는 카테고리 이름이었습니다. 2004년부터 15년이란 긴 시간 동안 KBS 일요 예능을 대표하는 제목이었지만, 최근 방송 중단된 ‘1박 2일’ 대신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편성하며 내린 결정입니다.

지상파 방송국의 두 가지 변화가 방송의 지형을 바꿀 정도로 대단히 큰 규모의 개혁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종편과 케이블이 방송의 주도권을 잡은 영향이 큰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더 이상 지상파 방송의 타이틀만으로 우위를 점하긴 힘들다는 하나의 신호인 것이죠.

tvN, JTBC를 비롯한 비지상파 방송국들은 금~일요일을 선점하며 지상파와 경쟁에 나습니다. tvN은 금토드라마로 시작해 토일드라마로 시간을 옮기는 등 다양한 시도 끝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과거 1%부터 20%까지 작품에 따라 시청률 차이가 컸지만 최근에 5~6% 정도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JTBC가 편성한 금토드라마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방송된 ‘SKY 캐슬’의 경우 대히트를 기록하며 JTBC 드라마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죠.

tvN, OCN, JTBC는 평일 드라마도 공략하고 있습니다. tvN은 월화드라마로 시작해 수목드라마까지 영역을 넓혀 일주일 내내 자체 제작 드라마를 방송 중입니다. 초기엔 오후 11시에 편성했지만 최근엔 오후 9시30분 편성으로 10시에 방송되는 지상파 드라마와 겹칩니다. OCN은 수목드라마, JTBC는 월화드라마를 방송 중입니다.

이런 흐름에 SBS도 금토드라마를 신설했습니다. 지난 2월 개편 이후 처음으로 금, 토요일 시간대에 방송된 SBS ‘열혈사제’는 마지막회 시청률 22.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 영향으로 하반기 기대작인 드라마 ‘배가본드’의 금토극 편성도 고려 중인 상황입니다. 이는 지상파 방송이 자리를 지켜온 평일 저녁 시간대가 더 이상 주류가 아님을 받아들인 결과로 관측됩니다.

비지상파 방송국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지상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tvN은 나영석 PD의 예능으로 대표되는 기존 금요일 오후 예능과 함께 토요일 오후 시간대 공략에 나섰습니다. ‘놀라운 토요일’이라는 타이틀로 토요일 오후 6~9시 ‘호구들의 감빵생활’과 ‘도레미 마켓’을 연속으로 방송 중입니다. 이는 ‘해피선데이’, ‘일밤’처럼 두 편의 주말 예능을 하나의 블록으로 묶는 지상파의 전략과 같습니다. JTBC도 일요일 오후 시간대에 두 편의 예능을 연속 방송하는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지상파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한 자릿수가 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 이젠 10%만 넘어도 성공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았죠. 그렇게 하락세를 거듭하는 동안 비지상파 방송은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지상파 방송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흐름이 넘어갔다는 것을 이젠 지상파 방송도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위기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시도하는 지상파는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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