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의 두 번째 눈물

사진=쿠키뉴스 DB

SKT T1의 ‘페이커’ 이상혁은 지난 13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결승전’에서 그리핀에게 3-0 승리를 거둔 뒤 돌연 눈물을 훔쳤다. 

경기 후 무대 인터뷰에 나선 그는 “오랜만에 선 결승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해서 정말 좋다. 작년에는 성적이 안 좋았다. 작년에 못해서 아쉽다”라고 소감을 밝히다 말을 잇지 못했다. 

이상혁의 눈물에 좌중이 일순 숙연해졌다. 덩달아 눈시울을 붉히는 팬들도 있었다.

2013년 lol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상혁이 공식 무대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이 2번째다.

2013년과 2015년, 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자리한 페이커는 2017년 롤드컵에서 좌절을 맛봤다.

젠지 e스포츠와 결승에서 맞붙었지만 3-0으로 완패하며 우승컵을 넘겨줬다. 

경기가 종료된 뒤 이상혁은 얼굴을 파묻고 데뷔 후 처음으로 눈물을 쏟았다. 평소 감정 표현이 없고 무뚝뚝하기로 알려졌던 그여서 이를 본 팬들과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당시 이상혁의 눈물을 통해 전 세계 lol 팬들은 수차례 정상에 오른 그가 여전히 끝없는 도전 정신과 승부욕으로 무장한 선수임을 알게 됐다. 

이번 눈물은 조금 달랐다. 

이상혁은 “새 동료들과 합이 빠르게 맞아 우승까지 하게 돼 너무 좋다”면서도 “결승 현장에 작년까지 같이 뛰었던 멤버들이 와줬다. 사실 작년에도 우승을 많이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내가) 잘 못해줘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울먹였다.

단순히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는 7명이 이탈한 대대적인 리빌딩 속에서 홀로 팀에 잔류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눈물이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간 이상혁의 부담감과 마음고생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SKT T1이 리그 7위로 추락하면서 이상혁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세체미(세계 최고 미드라이너)’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그만의 소유가 아니었다. 올 시즌 초까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페이커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단언도 속속 나왔다. 

하지만 이상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 동료들을 향한 부채감까지 짊어지고 더욱 절실하게 경기에 임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했고 결승전에 달해서는 전성기에 준할 정도로 폼을 끌어올렸다. 결국 리그의 쟁쟁한 미드라이너들을 누르고 다시 최정상에 올랐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그는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프로게이머 ‘페이커’로서, 인간 이상혁으로서도 한 층 더 성장했다. 

이제 그는 세계무대 재정복을 꿈꾸고 있다. 오는 5월 열리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은 그 첫 걸음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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