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왓칭' 강예원 "여성 관객 선입견 알고 있다, 폭력 과하지 않아"

[쿠키인터뷰] '왓칭' 강예원 "여성 관객 선입견 알고 있다, 폭력 과하지 않아"

'왓칭' 강예원 "여성 관객 선입견 알고 있다, 폭력 과하지 않아"

영화 ‘왓칭’(감독 김성기)은 분명 자극적이다. 러닝타임 내내 사이코 스토커에게 쫓기는 영우(강예원)를 두고 범인의 페티시를 전시하는가 하면, 영우가 싫어할 만한 사람을 범인이 골라 일부러 ‘파티장’이라며 살해하는 모습 또한 그러하다. 영화의 일부는 CCTV화면으로 중계되는데, 일종의 관음적인 느낌도 있다. 하지만 강예원이 ‘왓칭’을 택한 이유는 그 모든 자극에 앞서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공포였다. CCTV로 지켜보는 관음증 환자, 일상적인 공간인 주차장에 갇힌다는 것보다 평범한 주변 사람인 줄만 알았던 이웃에게서 데이트 폭력이 가해질 때의 공포를 다룬다는 목적이 컸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일상 가운데서 갑자기 예상할 수도 없는 순간 가해지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공포를 다뤘다는 점이 가장 와닿았어요. 제가 별 생각 없이 베풀었을 호감이 호감으로 되돌아오는 게 아니라 공포로 시작된다는 게 무서웠죠. 막상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는 몰랐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제가 해야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하하. 이학주씨와 단 둘이서 화면을 계속 채워야한다는 점이 나중에는 가장 힘들었어요.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상황은 급박한데 영우의 감정을 계속 보여줘야 하는 것도 힘들었죠.”

영화는 주차장과 건물 CCTV를 통해 영우를 관찰하고, 영우에게 폭력을 가한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CCTV가 폭력의 도구가 된다는 면이 가장 무서운 점이다. 영화를 본 후엔 ‘화면 뒤에서 대체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딜 가나 요즘은 CCTV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요. 그게 항상 저를 조금 무섭게 했어요. 저도 제가 키우는 강아지를 지켜보려고 집에 CCTV를 설치했는데, 막상 설치 후에는 몇 년째 그 CCTV를 꺼놓고 살아요. 해킹이 쉽다더라고요. 혹시라도 제 개인 사생활이 찍힐까봐 무서워요. 제 집에 제가 존재를 분명 알고 있는 CCTV인데도 기분이 안 좋은데, ‘왓칭’처럼 누군가 절 몰래 CCTV로 스토킹하고 있다면 더 무섭겠죠.”

영화의 시놉시스나 포스터만 보면 ‘왓칭’에 대한 선입견을 갖기는 쉽다. 여자 홀로 사이코패스 범인과 싸우며 주차장을 탈출하려 한다. 그 가운데서 입은 선정적인 붉은 드레스와 하이힐. 하지만 막상 스크린에서의 영우는 조금 다르다. 범인에게서 벗어나 탈출을 위해 운동화를 신고 육각 랜치를 드는 영우를 보면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여성 관객들이 선입견을 가지실 수 있다는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어요. 그래서 너무 과하지 않으려고 자제했어요. 아마 감독님도 그러셨을 거예요. 선정적이거나 과하다 싶은 장면들은 연기한 제가 보기에도 많이 잘린 것 같거든요. 영우가 당하는 폭력이나 관음을 너무 자세히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15세 관람가 수위에서 가능한 정도까지만 했죠. 일반시사회 반응도 들어보니 굉장히 좋았대요. 영우가 중간 탈출에 성공했을 때, 아이러니함을 보여준 대사에서는 웃음이 펑펑 터졌다고 들었어요. 또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정말 크게 실망하셨다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꼭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언제나 사고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살아요. 누군가의 폭력이 갑작스럽게 저한테 일어날 수 있고, 옆 사람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며 긴장을 하고 사는 편이죠. 이번에 영화 홍보 영상 찍으면서 호신용품 리뷰도 해봤는데, 괜찮은 게 많더라고요. 가장 좋은건 사고가 안 일어나는 거겠지만요.”

'왓칭'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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