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1박2일’, KBS의 결정만 남았다

멈춰버린 ‘1박2일’, KBS의 결정만 남았다

멈춰버린 ‘1박2일’, KBS의 결정만 남았다

12년간 국민예능으로 불렸던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시계가 멈춰 섰다. 포털사이트에서 ‘1박2일’을 검색하면 등장하는 최신방송 정보는 지난 10일 방영된 578회에 그친다. KBS는 지난 18일 ‘1박2일’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KBS의 침묵이 길어짐에 따라 ‘1박2일’의 폐지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박2일’의 방송은 3주째 중단 상태다. 지난 17일과 24일에 이어 31일에도 ‘1박2일’은 없었다. 출연진인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이 불러온 후폭풍이다. 정준영은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KBS는 정준영의 출연분만 편집해 ‘1박2일’을 정상 방송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박2일’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방송 중단으로 방침을 바꿨다. KBS 측은 지난 15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프로그램의 방송과 제작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정준영이 출연한 프로그램 중 ‘1박2일’에 많은 화살이 쏟아진 이유는, 이 방송이 그의 복귀 무대였기 때문이다. 정준영은 2016년에도 불법촬영 논란에 휩싸였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3개월 만에 ‘1박2일’을 통해 복귀했다. ‘1박2일’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 출연진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쉽게 복귀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관해 KBS는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1박2일’에 불어온 폭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준영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7일 또 다른 출연진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내기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자사 뉴스인 ‘KBS뉴스 9’을 통해 불거졌다. 이들은 제기된 의혹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도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1박2일’을 비롯한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1박2일’을 비롯해 출연 중이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모두 내려왔다.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KBS는 대표 예능인 ‘1박2일’을 심판대에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방송 중단을 넘어, 존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시청자의 여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폐지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의견과, 폐지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다. 양극단의 여론을 바탕으로 KBS 내부에서도 다양한 주장이 오고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측 관계자는 “내부의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1박2일’을 둘러싼 모든 것이 멈춰 선 상태이지만, 정준영의 시계만큼은 움직이고 있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정준영은 지난 2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정준영이 13건의 불법 촬영물을 단체 대화방에 올린 것을 확인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승리 등과 휴대전화를 교체하기로 모의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확인되는 피해자 수와 혐의는 더해지고 있다.

이제 KBS의 측의 결정만이 남았다. 이번 사태에 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던 KBS가 ‘1박2일’의 존폐 여부 결정뿐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지적받아온 출연자 검증 등에 관해 실효성이 담긴 대책안을 내놓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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