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습 의류업계도 강타..'피(避) 먼지'의 패션화

방진기능 의류‧마스크 등 안티폴루션(오염방지) 제품 매출 증가

#. 직장인 장모(32)씨는 '피(避) 먼지족'이다. 처음엔 꺼려졌던 마스크 착용도 차츰 적응해 그의 생활 필수품이 됐다. 이젠 그날 코디에 맞춰 마스크의 색상을 고를 정도다. 옷을 구입할 때도 장씨는 '방진'을 눈여겨 본다. 최근에는 얼굴을 가릴 스카프와 먼지가 잘 붙지 않는 기능성 윈드브레이커(바람막이)도 몇 벌 장만했다.  

미세먼지의 공습이 의류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안티 폴루션’(Anti-pollution·오염 방지) 기능을 내세운 의류들이 증가하는가 하면,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마스크가 ‘패션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피(避) 먼지 시대의 씁쓸한 단면이다. 

26일 옥션에 따르면 방진에 용이한 의류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막이·아웃도어 점퍼는 5% 가량 늘었고, 스카프·넥워머, 일반 마스크, 캡형모자는 각각 34%, 99%, 34%씩 신장했다. 의류에 있어서도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웃도어 업계가 이 같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업계는 방진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이며 디자인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최근 미세먼지를 염두 한 '프로텍션 재킷'을 업그레이드해 선보였다. ‘도전사’ 원단을 사용해 정전기 발생을 최소화해 먼지가 붙는 것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홍보 중이다. 이 제품은 2017년 출시됐는데, 올해는 입과 코를 덮는 하이넥 후드와 후드 일체형 재킷 비중을 늘렸다. 

코오롱스포츠의 아우터 '웨더코트'는 아예 코까지 감쌀 수 있도록 목 부분의 깃을 높여 먼지로부터 얼굴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전체 생산 물량의 30%가 팔렸다. 웨더코트는 방수, 방풍, 활동성 등 아웃도어 특유의 기능을 살리면서도 넉넉한 실루엣에 긴 기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 역시 ‘안티더스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회사 측은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섬유에 형성해, 물이나 오염 물질로부터 옷을 보호하고 미세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최소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본 시리즈는 셔츠와 슬랙스, 레인코트, 트렌치 코트 4가지 아이템 총 26가지 스타일로 출시됐다. 

의류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황사가 극심한 요즘, 의류 상품에서도 공기 중 오염 물질을 차단하는 기능이 중요해졌다”라면서 “비교적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 도전사 원단을 사용한 제품들이 늘고 있고, 디자인적인 측면 역시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올해 2019 FW 서울패션위크에선 미세먼지와 공해, 환경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공해 패션’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온몸을 아우터로 감싸고, 후드·모자·복면을 눌러쓴 모델들이 등장했다. 코까지 감쌀 만큼 높이 올라간 검은색 터틀넥, 후드로 전신을 감싼 일명 ‘방화복’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피(避) 먼지의 패션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배우 신민아를 모델로 내세웠던 미세먼지 마스크 광고는 세간의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마스크 브랜드 에티카는 '미세먼지 많은 날 내 몸에 대한 에티켓, 그리고 스타일에 대한 에티켓'을 메인 카피로, 지난달부터 해당 광고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마케팅에 ‘생존을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의 가격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연일 극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안티폴루션 제품’이 의류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라면서도 “제품에 기능성을 빌미로 가격을 인상 하는 등의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또한 “지금 같은 미세먼지가 지속된다면 이 같은 기능성 의류들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세먼지 공습 의류업계도 강타..'피(避) 먼지'의 패션화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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