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여가부 방송 가이드라인, 뭐가 문젠가”

여성단체, “여가부 방송 가이드라인, 뭐가 문젠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최근 논란이 된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을 둘러싼 논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체는 21일 성명을 통해 “(안내서는) 방송제작자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가지고 성평등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해달라는 취지로 나온 것”이라며 “그동안 방송이 성별역할 고정관념이나 성차별적 사고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여러 지적이 있었고 해당 제작안내서는 가이드라인으로서 방송제작자들이 반드시 견지해야할 내용임에는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 부분에 대해 여성연합은 “방송제작자들로 하여금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 및 표현을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종종 ‘외모품평’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한다. ‘작은 얼굴’, ‘하얀 피부’, ‘동안’, ‘얇은 허리’, ‘20대 몸매’ 등이 그렇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라는 내용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다면서도 여성연합은 “외모지상주의를 해소하고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예시는 아니었다”면서 “이 하나의 예시로 인해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개정판)’ 자체가 문제인 것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특히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안내서를 비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송이 전면에 나서 여성들에게 획일적이고도 성별화된 외모기준을 강요하고, 이것이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해온 현실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해당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도 나타냈다. 논란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사회의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 분야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일환으로 제작된 안내서를 군사독재시절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 두발단속이나 스커트 단속과 비교하는 국회의원과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들의 수준이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성평등한 방송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의미를 훼손하지 말라. 언론은 해당 안내서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방송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라. 성평등한 방송, 나아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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