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해치’를 믿고 봐도 되는 세 가지 이유

‘해치’를 믿고 봐도 되는 세 가지 이유

[첫방] ‘해치’를 믿고 봐도 되는 세 가지 이유


첫 회 60분으로도 충분했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SBS ‘해치’는 극 안에서 현재와 과거가 호흡하는 사극의 본 역할에 충실한 드라마였다. 최근 본 사극들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할 정도다.

‘해치’는 첫 회에서 한양에 돌아온 연잉군 이금(정일우)과 과거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는 박문수(권율), 살인에 심취한 밀풍군 이탄(정문성), 사헌부 감찰 한정석(이필모)과 다모 여지(고아라) 등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했다.

숙종(김갑수)의 아들이지만 무수리가 어머니라는 이유로 천한 취급을 받는 연잉군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과거 시험을 대신 봐주고 기방을 드나들며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연히 밀풍군의 소문을 듣고 계시록(시체의 숫자를 기록한 문서)의 존재를 알게 된다. 밀풍군이 주최한 사냥대회에 참가한 연잉금은 계시록을 훔치다가 발각된 여지를 만난다.

‘해치’는 몇 가지 면에서 기존 사극 드라마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첫 번째 특징은 왕위를 노리는 왕자가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해치’는 밀풍군 이탄을 마치 영화 ‘사도’의 사도세자처럼 방탕하게 그리며 긴장감을 높인다. 모든 걸 내려놓은 사도세자와 달리 밀풍군은 왕이 되겠다는 야심이 가득한 인물이다. 배우 정문성은 광기에 찬 밀풍군을 힘을 뺀 연기로 서늘하게 표현한다. 사헌부는 이미 그가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있지만 높은 신분과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 이 같은 설정으로 ‘해치’는 정통 사극임에도 장르성을 확보해 시선을 붙잡는다.

두 번째는 젊은 영조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다. 강한 왕권으로 조선 역사상 가장 긴 52년 동안 왕위에 앉은 영조는 사도세자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어떤 인물이었고 어떻게 왕의 자리에 올랐는지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또 천한 취급을 받으며 자유롭게 사는 주인공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히어로물의 구조다.

마지막으로 ‘해치’는 현대 사회의 검찰청에 해당하는 사헌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선과 악을 가리는 전설 속의 동물이자 사헌부의 상징인 ‘해치’를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첫 회부터 사헌부 감찰관이 고위 공직자의 부정을 고발하는 특권을 활용해 영의정을 치는 장면이 등장했다. 밀풍군을 쫓는 강직한 감찰관과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막는 고위 관리들의 갈등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두고 일어난 검찰개혁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해치’를 본 네티즌들은 “기대 이상”이라는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볼만한 사극을 찾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다만 박훈, 정문성 등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에 비해 정일우, 고아라 등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해치’는 24부작으로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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