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양현석의 반쪽짜리 해명

양현석의 반쪽짜리 해명

[쿡초점] 양현석의 반쪽짜리 해명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군 입대를 앞두고 구설수에 올랐다. 그가 운영한 클럽에서 폭행 사건이 나면서다. 문제는 수습 과정에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신고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을 보이면서 클럽과 경찰 사이에 유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졌다. 클럽에서 방문객들이 마약을 피우다 적발됐다는 보도와 클럽 내부에서 이른바 ‘물뽕’을 이용한 성범죄가 빈번하다는 증언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사건이 보도된 지 3일 만인 지난달 31일 입을 열었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이날 YG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승리는 이번 일로 인해 걱정하셨을 팬들에게 대단히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 또한 “기분 좋은 새해인사를 드리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원고지 9매를 넘는 그의 입장문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긴 힘들다. 한탄과 궤변, 모자란 해명으로 채워져서다.

그가 쓴 글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사람들 입으로 전해지는 근거 없는 구설수들을 대비하고 조심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니. 판결에 입각한 보도(‘버닝썬’ 클럽 고객들 대마초 흡연)와 경험에 근거한 증언이 나오는 상황에선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다. 소속사 수장으로서 개인적인 한탄을 적은 것이라고 해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양현석은 이번 논란이 ‘근거 없는 구설수’라고 생각하는가. “혹시나 있을 불미스러운 일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 또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발화되면 변명에 불과할 뿐임을 그는 모르는가. 

입장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팩트는 세 가지다. 승리는 폭행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것, 승리의 클럽 이사직 사임은 군 복무에 관한 법령에 따른 결정이라는 것, 승리는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전부다. 이 사실을 밝히기까지 양현석은 장황한 서론을 썼다. 클럽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글에서 지워졌다. 승리는 클럽에서 벌어지던 범법 행위를 알고도 묵과했는가, 혹은 몰랐는가. 알았다면 큰일이요, 몰랐다고 해도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양현석이 낸 입장문에선 가장 핵심적인 이런 의혹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양현석은 “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의 전말이 좀 더 명확히 밝혀지고 난 후에 입장을 밝히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승리의 사과를 만류했다고 한다. 전직 대표이사로서, 또 방송에 나와 클럽을 홍보한 장본인으로서 승리가 져야 할 도의적 책임은 덕분에 유예기간을 얻었다. 양현석의 입장문 발표 후 승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건 당연한 결과다.

승리가 지난해 얻은 별명은 ‘승츠비’였다. 사업가로 승승장구해 부를 누리는 모습이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소설에서 개츠비는 자신을 거짓으로 꾸며댔다. 승리는 다르길 바란다. ‘솔직함’ 때문에 사랑받은 그가 아니던가.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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