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속 진료재료 구매대행업계, ‘일촉즉발’

‘산업스파이’ 혐의 케어캠프 직원 압수수색 이면에 깔린 구매대행업의 어둠

위 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은 일반 물류창고의 전경 <사진=연합뉴스>

진료재료 구매대행업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중간유통과정에 해당하는 구매대행업이 가지는 특성상 다양한 품목을 대규모로 다뤄야 일정 수준 이상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기에 거래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의료기관의 수가 한정되고 큰 변화가 없는 시장 상황 하에서 이들 구매대행업체(GPO)의 거래대상이던 대형병원들이 자체적인 GPO를 설립하는 등 변화를 꾀하며 시장이 더욱 좁아졌다. 그로 인해 경쟁의 정도가 불법과 위법, 편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얼마 전 진료재료 구매대행업계에도 최첨단 대규모 산업군에서나 등장하던 ‘산업스파이’라는 용어가 쓰이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유출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이 의약품 도매업계 1위 ‘지오영’의 계열사이자 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이 대표직을 맡고 있는 GPO ‘케어캠프’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

혐의는 ‘산업스파이’를 활용한 부당경쟁이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쟁업체인 ‘이지메디컴’ 등에서 이직한 구매본부장과 구매팀장, 구매담당 직원 등이 이전 직장에서 의료기관 내 품목별 사용량과 가격정보 등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취득, 수도권 내 A대학병원 등 의료기관과의 계약과정에 활용했다는 혐의점들이 일부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직원들 뿐 아니라 케어캠프 역시 혐의점에 대해 함께 수사할 예정”이라며 해당 직원들이 사용한 PC와 자료들을 압수하고 분석작업을 거쳐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료재료 구매대행업계는 태풍전야의 고요함 속에 경찰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만약 영업기밀 유출의 이면에 감춰진 각종 위법 혹은 편법적 행위들까지 수사가 진행될 경우 파장이 여타 업체로까지 퍼질 수 있어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의료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현실에서 간접납품(구매대행)의 계약조건이 업체별로 크게 다를 수 없기에 보다 많은 이익을 병원으로 돌리기 위해 카드결제로 쌓이는 포인트를 역마진으로 제공하는 등 위법적 행위도 통상적으로 벌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료기관과의 계약과정에서 체결한 대금수금기일보다 공급사에게 지급하는 대금지급일수를 길게 해 자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거나, 비용에만 집중해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하자품을 끼워 파는 식의 일들도 종종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병원과 GPO가 결착해 진료재료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 쌍방간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진료비가 증가하고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부터 환자의 직접부담금이 많아지는 연쇄반응이 벌어질 수 있다. 극단적지만 치료가 지연되거나 수술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구매대행업계의 구조와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자신들이 연관된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고,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의료기관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환자나 보호자는 문제를 인식하기도 어렵고,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으면 해결에 나서기도 힘들다. 정부도 손을 쓰기가 애매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설왕설래가 많은 것 같지만 정식으로 접수된 민원은 거의 없다. 불법 저지른 대상 고소하라고도 했지만 실제로 접수되지도 않았다”면서 “제도 개선이나 산업육성, 투명성 확보방안 등도 제시했지만 요구만할 뿐 양보는 없어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케어캠프 관계자는 ‘산업스파이’ 등의 용어사용이나 회사와의 연관성 의혹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며 “압수수색은 최근 이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업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동종업계 간 이직이 잦은 관행에 의한 오해”라며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앞서 제기됐던 부당경쟁이나 불법행위 등도 없었다고 못 박았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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