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블랙넛과 강동수, 시작은 같으나 종착점은 다르다

블랙넛과 강동수, 시작은 같으나 종착점은 다르다

지난 10일 래퍼 블랙넛이 키디비에 관한 모욕 혐의로 기소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블랙넛은 "앞으로 더 솔직하게 음악을 하고 싶고 힙합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좀 더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 21조와 22조에도 명시돼있는 표현의 자유. 블랙넛은 과연 단지 솔직했을 뿐일까. 나아가 예술가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은 것일까.

2016년 래퍼 블랙넛은 자신의 곡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에 "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X XXX"라는 가사를 담았다. 래퍼 키디비가 이를 향해 불쾌감을 나타내자, 한술 더 떠 2017년 '투 리얼'(Too Real)이라는 곡을 통해 "줘도 안 XXX"라고 재차 노래했다. 

비슷한 시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사례 하나가 더 있다. 2018년 발매된 소설 '언더 더 씨'에서 소설가 강동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여학생을 추모한다며 "신 과일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 성화에 엄마는 눈을 흘기면서도 박스째로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오곤 했는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콤하고 달콤한 즙액”이라는 문구를 썼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이 "불쾌하다"고 항의하자 강동수 측은 "어떻게 집단의 폭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목죄려는지 우리 사회 일각의 반지성주의가 끔찍하다"고 말했다. 해당 소설을 출판한 호밀밭 출판사는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동수 소설가와 호밀밭출판사 측은 블랙넛이 징역 선고를 받기 이틀 전인 지난 8일 공식 사과했다. 출판사 측은 "작품의 표현에 대한 논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출판사가 취해야 할 태도로는 적절치 않았음을 반성한다"며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독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있었는지, 시대와 더불어 나아가지 못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안이하게 머물러있었던 것은 아닌지 계속 고민하고 성찰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씨 또한  "소설의 일부 구절 역시 집필 당시엔 '성적 대상화'를 의식적으로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해도 독자님들과 네티즌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젠더 감수성' 부족의 소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인정했다.

블랙넛과 강동수 측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노래와 소설, 춤과 영화. 모든 예술행위와 그 결과물은 우리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인류가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가 바로 예술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그 행위와 결과물이 생산하는 미적 가치로 하여금 사람들의 향상성과 공동체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양심과 사상, 종교 등 기본적인 인권 가치의 자유와 함께 취급된다. 

한 마디로, 블랙넛은 ‘표현의 자유’에 관해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역할이자 의무,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목표의식은 사람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상업의 영역에 속하는 예술가라면 대중이 원하는 바 또한 고려하곤 한다. 그런 것들이 갖추어진 후에야 예술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

기실 블랙넛의 가사와 ‘언더 더 씨’의 출발점은 그리 다르지 않다. 그 목적의식이 무엇이었건 양측은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글로 옮김으로서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표출했다. 다만 이후, 표현의 자유 이전에 예술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의나 의무를 방기했는지를 따졌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두 사람 다 명확히 현실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인격권을 침해했고, 피해를 주었다. 하지만 한 쪽은 어찌되었건 궁극적으로 그것을 고민하고 성찰하겠다 밝혔고, 한 쪽은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같은 곳에서 출발했을지라도 두 사람의 도착점은 다를 것이다.

블랙넛은 지난해 12월 5일 자신의 SNS에 "부디 깜빵 안가고 무대에 설 수 있기를"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집행유예와 봉사활동 처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단순히 ‘깜빵’ 안 가서 좋은 일이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블랙넛의 자유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이나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집행유예가 피고인의 개과천선을 도모하는 제도라는 것을 블랙넛은 알고 있을까.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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