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논란 먹고 자라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논란 먹고 자라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저는 금수저가 아닙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하숙골목 편에 출연 중인 고로케집 사장 김요셉씨가 ‘건물주’의 가족이라는 논란이 일자 “건물은 사촌누나 지인의 것”이라며 밝힌 내용입니다. 김씨의 가게를 둘러싼 잡음은 TV 밖에서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금수저 의혹’이 수그러든 뒤엔 고로케집이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는 A업체의 프렌차이즈 브랜드라는 주장이 나왔죠. 김씨는 또 해명했습니다. “고로케는 내 사업”이라며 “A업체와는 완전히 분리됐다”는 설명입니다.

인근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황호준씨도 비슷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피자집이 입점한 건물이 황씨 부친 소유이며 황씨 또한 고가의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부터죠. 황씨는 “나는 자가용을 갖고 있지 않고 과거에도 외제차를 소유한 적이 없다”면서도, 건물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영세 상인을 솔루션 대상으로 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금수저 사장’은 분명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가 금수저인지를 가려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작진은 “식당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사장의 개인적인 정보까지 검증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제작진은 섭외 기준이 ‘식당’이 아니라 ‘상권’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상권의 활기와 프랜차이즈 식당의 존재 여부를 두고 촬영 장소를 고른다는 설명입니다.

[친절한 쿡기자] 논란 먹고 자라는 ‘백종원의 골목식당’하지만 “식당을 특정해 섭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작진의 해명은 찝찝한 뒷맛을 남깁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섭외한 식당이 프로그램에 적절한 곳이냐는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개업한지 세 달 째인 고로케집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요? 백종원의 역할은 노하우를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식당 운영 전반을 가르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의도적으로 문제아를 앞세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는 이유입니다.

결국 프로그램 뒤에 붙는 건 ‘논란을 먹고 자란다’는 오명입니다. ‘역대급 빌런(악역)’으로 불렸던 홍탁집이 전파를 탄 뒤, ‘백종원의 골목식당’ 시청률은 6%대에서 8%대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고로케집과 피자집이 있는 청파동 하숙골목 편 시청률은 10.4%(48회)까지 올랐죠.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던 골목 상권은 이제 뒷전으로 물러났습니다. 대신 빌런 사장들이 그 자리를 꿰찼죠. 지금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견인하는 힘은 제작진의 기획력이 아닌 문제 사장을 향한 분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일부 골목식당 사장님들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경계하고 있다”지만, 그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성실하던 포방터 홍탁집 사장이 새 사람이 돼 가게를 이끌게 된 과정은 분명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홍탁집 사장에게 “내가 우습냐”고 호통치던 백종원은 이제 새로운 빌런을 만났습니다. 지난 9일 방송에서 그는 청파동 피자집 사장에게 “(솔루션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제작진은 제2의 홍탁집을 기대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백종원의 말은 사장의 태도를 개선시키기 위한 ‘충격요법’이기보단, 문자 그대로의 권고처럼 보입니다. 제작진은 과연 그 뜻을 바르게 읽어낼 수 있을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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