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KCC의 전창진 선임, 용기일까 무리수일까

[옐로카드] KCC의 전창진 선임, 용기일까 무리수일까

[옐로카드] KCC의 전창진 선임, 용기일까 무리수일까프로농구단 전주 KCC의 행보에 농구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KCC는 지난 2015년 승부조작·도박 혐의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전창진 전 감독을 수석 코치로 선임한다고 30일 밝혔다. 프로농구연맹(KBL)의 허가만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코치 업무를 볼 수 있다. 

KCC는 성적 부진과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추승균 감독이 물러나고 지난 15일부터 스테이시 오그먼 코치 대행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전 전 감독을 코치로 선임하려는 것은 다음 시즌 사령탑 교체를 위한 포석 마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몇 년간 전 전 감독의 코트 복귀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구단이 직접 나서 그의 복귀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웬만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행보다.

농구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KCC가 우려했던 대로 농구팬의 상당수가 전 전 감독의 과거 이력을 들어 구단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전 전 감독은 부산 KT 사령탑을 맡았던 2015년 2~3월 당시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9월 승부조작·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고 단순도박 혐의로만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KCC의 이번 결정은 선임 성사 여부를 떠나 ‘용기’보단 ‘무리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농구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구단, 더 나아가 리그 전반으로 확대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전 전 감독의 복귀를 반대하는 팬들의 주장엔 설득력이 있다. 증거 불충분에 그쳤지만 당시 전 감독의 사건이 농구계에 불러온 파장은 상당했다. 여전히 도박 혐의에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가, 한바탕 물의를 일으켰던 만큼 전 전 감독 역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KCC측도 “팬들의 반응을 이해한다”며 “그들의 의견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KCC의 주장대로 전 전 감독을 막을 법적 수단이나 근거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단순 혐의만으로 올가미를 씌워 코트 복귀를 차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KCC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KBL로부터 받았던 무기한 등록 정지 징계는 재판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것이었다”며 “벌금 100만원을 받은 것도 등록을 불허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KBL이 등록 후 따로 제재를 가한다면 받아들일 준비는 돼있다. 하지만 수석코치로 선임되지 못할 결격 사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순간 가장 난감한 상황에 처한 건 프로농구연맹(KBL)이다. 

KBL은 오는 3일 전 전 감독의 무기한 등록 불허 징계 해제를 놓고 재정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KBL의 결정에 따라 전 전 감독의 코트 복귀 여부가 가려져 부담이 적잖다. 전 전 감독의 코치 등록을 불허할 명분은 없는데, 화난 팬심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KBL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전 전 감독의 복귀와 관련해) 사전에 KBL과 얘기가 됐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팬들의 반응이 안 좋다고 들었다. 우리도 여론을 주시 중이다”라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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