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10조원짜리 삼바 ‘폭탄’ 돌린 정부

주식시장에 10조원짜리 삼바 ‘폭탄’ 돌린 정부“금융위원회는 수년간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해 2015년 11월 코스피 상장요건을 변경해 시가총액 9조5000억원, 시가총액 순위 상위 30위 기업을 만들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2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편법회계를 통해 누적결손금 5000억원인 자본잠식기업을 이익잉여금이 1조6000억원의 우량회사로 탈바꿈했다”며, 금융위가 이러한 회사에 특혜상장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심의원은 “정부는 특혜와 묵인으로 자산규모 2조8000억원, 시총 규모로는 10조원에 달하는 폭탄이 증권거래소에 돌아다니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의 주장이 제기된지 21개월 만에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 했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매매거래가 정지됐으며,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검토에 따라 삼성바이오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게 됐다. 21개월 전 심 의원이 지적한 데로 투자자 피해를 유발할 ‘폭탄’이 거래소에 돌아다니고 있었던 셈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일차적으로 분식회계의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는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구도와 관련해 삼성그룹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별도로 정상적이지 않은 기업의 상장을 지원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 바이오 한 투자자는 “정부는 하자가 있었다면 상장을 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이미 결정된 사안(상장)을 뒤집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 침해이므로 정부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어떻게 상장 됐나, 거래소 책임론 대두

삼성바이오는 2015년 11월 이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이 불가능했다. 삼성바이오의 상장은 한국거래소가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하면서 가능해졌다. 

거래소는 2015년 11월 상장요건에서 적자요건을 삭제하고, 자격 요건을 ‘시총 6000억원, 자본 2000억원’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4년 연속 적자 상태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실현됐다.

거래소는 규정개정 이후 계속된 특혜상장 의혹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신규 상장 중 가장 성공적인 활동”이라고 자평하며, 이를 자신들의 공으로 치켜세웠다. 매출액이나 이익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유망기업이 상장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는 것.

삼성바이오의 상장을 주도했던 거래소 인물들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김원대 당시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현재 거래소가 자본을 98% 출연한 IR협의회 회장을 맞고 있다. 또 당시 김병률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현재 거래소를 나와 법무법인 지평에서 IPO와 관련된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중 이다. 김성태 상장부장도 승진해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로 재직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가 미래성장 가능성 하나만 보고 규정개정을 통해 상장시킨 삼성바이오는 현재 4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기로에 서있다. 물론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거래소의 몫이다. 이는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중 하나다.

◇상장규정 변경 최종 승인은 금융위 “승인 받았다” 

거래소가 삼성바이오의 상장을 위해 상장규정을 개정했다면 금융위원회는 이를 최종 승인한 곳이다. 금융위는 상장규정 변경은 거래소가 주도한 것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거래소 당시 실무자들은 금융위의 최종 승인을 받아 상장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금융위의 당시 수장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는데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에 (바이오로직스를 도와주라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던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정무위원들의 지적에 상장요건 변경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발언했다. 

임 전 위원장은 당시 “국내 시장 상장 요건이 이익 요건에 함몰돼 우수한 기업이 해외에 나가는 사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거래소의 상장규정 변경을 두둔했다. 이후 임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부총리로 추천됐다. 이밖에 김학수 당시 금융위 자본시장 국장과 이형주 자본시장 과장 등 실무자들도 현재 증선위 상임위원과 금융정책과장으로 모두 승진한 상태다.

박영수 특검이 이런 의혹을 두고 지난해 금융위와 거래소의 상장규정 변경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조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인정되면서 향후 진행될 검찰 조사와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상정 의원은 15일 이와 관련해 “그간 이 문제를 제기하고 다루는 과정에서 상장요건의 변경이나 재감리 지시 등 금융위원회의 편파적이고 노골적인 행태에 저는 무척 놀랐다”며 “(이번 증선위 결정이) 세간에 삼성을 위한 삼성위원회라는 불명예 딱지를 금융위원회 스스로 떼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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