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불러온 선동렬 감독의 뒤끝 있는 ‘사퇴’

국정감사가 불러온 선동렬 감독의 뒤끝 있는 ‘사퇴’


지난 2017년에도 문제가 됐던 국회의 국정감사 증인호출 문제가 다시금 불거질 전망이다. 선동렬 국가대표 야구팀 감독이 자진 사퇴하며 밝힌 이유 중 직접적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참석하며 겪었던 심정을 밝혔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14일 KBO회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3일, 국가대표야구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귀국했다.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말로 사퇴를 이미 결심했었음을 알렸다.

문제는 선 감독이 “지난 10월, 2018 국회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어느 국회의원이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또한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 대목이다.

실제 지난달 10일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소신대로 선수를 선발했다는 선 감독의 거듭된 발언에 “소신 있게 뽑았다. 그래서 우승했다고 얘기하지 마라.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과를 하든 사퇴를 하든 두 길만 남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와 관련 선 감독은 사퇴문에서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으며 대한체육회 역사상, 한국야구 역사상 처음”이라며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해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소환되는 사례는 이번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국가대표 감독직을 떠나며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감독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다. 그 책임을 회피해본 적이 없다. 다만, 선수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돼야 한다”면서 야구대표팀 구성과정에서의 논란을 사과하면서도 소신껏 선수들을 선발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야구인의 대축제인 포스트시즌이 끝나길 기다려 사퇴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히며 “정치권 일각의 ‘스타선수가 명장이 되란 법 없다’라는 지적, 늘 명심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야구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말을 뒤로하고 대표팀 감독이 아닌 야구인 선동렬로 돌아갔다.

한편, 선 감독의 자진사퇴에 KBO도 충격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선 감독의 자진사퇴발표 이후 총재와 저, KBO 직원 모두 선 감독의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 총재가 오늘 문을 나서려는 선 감독을 막아서면서까지 사퇴를 만류하고 도쿄올림픽까지는 팀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말 안타깝다. 훌륭한 분을 이렇게 떠나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대표팀 감독 문제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야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내년 11월 ‘프리미어12를 치른다. 하지만 선 감독의 사퇴로 KBO는 당장 프리미어 12를 준비할 새로운 사령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KBO의 수장인 총재가 전임감독제를 반대한다고 공언한 상황이기에 차기 감독을 임시직으로 뽑아야 할지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까지 임기를 보장해야 할지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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