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경찰 수사 일단락됐지만…학부모 “집회 계속할 것”

숙명여고, 경찰 수사 일단락됐지만…학부모 “집회 계속할 것”경찰이 12일 서울 숙명여고에서 중간·기말고사 정답 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부모들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실제 시험지 유출이 있었다고 보고 전임 교무부장 A씨(53)와 그의 쌍둥이 자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 사이 치러진 정기고사 총 5회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은 같은날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정황 증거를 공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쌍둥이가 만든 암기장에서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을 메모해둔 내용이 발견됐다. 쌍둥이가 답안 목록을 잘 외우려고 키워드를 만들어둔 흔적도 있었다.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그대로 메모 돼있었다. 디지털포렌식 복원 결과 이 메모는 시험을 치르기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시험지가 교무실 금고에 보관된 날 근무 대장에 시간 외 근무를 기록하지 않고 야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숙명여고 학부모들로 이뤄진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때늦은 발표에 아쉬움이 있지만 사필귀정의 수사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학부모들은 경찰이 불기소처리한 전·현직 교장과 교감도 공범이라며 철저하게 관련자를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전날 오후 숙명여고 앞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촛불시위가 열렸다. 비대위는 숙명여고 사태 초기인 지난 8월30일부터 75일째 촛불시위를 이어왔다. 촛불시위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쌍둥이 전교 1등 만들기 동참한 교장·교감 선생들도 공범이다”, “숙명 전·현직 교사 자녀 10년간 성적 전수조사” 등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비대위는 A씨에 대한 파면과 쌍둥이 퇴학 조치 등 학부모들이 요구해온 사안을 학교가 이행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숙명여고는 쌍둥이 딸들에 대한 퇴학 절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 과정을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쌍둥이 자매 성적이 0점 처리되면 다른 학생들의 성적도 재산정된다. 또 A씨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파면을 건의할 예정이다.

쌍둥이 자매는 앞서 지난 1일 건강상 이유로 자퇴서를 제출했다. 

쌍둥이 자매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 퇴학 절차 진행에 “성급한 결정”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퇴학 처분에 대해 추후 법적으로 다툴지는 미정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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