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없는 서민금융박람회, 연예인 불러 생색내기만

금감원“홍보 맡은 은행 잘못”…“직접 현장 찾아 나서야”

금융 현장에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서민금융 박람회’가 행사를 주최한 금융감독원과 참여 금융기관의 관심 부족으로 생색내기 행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 행사를 위해 비용을 들여 섭외한 개그우먼 박지선씨는 어떤 행사인지도 모르고 와서 서민금융과 동떨어진 내용을 강연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8일 서울 당산컨벤션센터에서 ‘2018 서민금융 박람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서민의 금융애로를 현장에서 직접 청취·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민금융에 대한 관심도 제고 및 홍보 강화를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금감원이 주최한 올해 행사에는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한국장학재단 등 서민금융 유관기관을 비롯해 9개 시중은행(우리, 농협, 신한, SC, KEB하나, 기업, 국민, 씨티, 수협)과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등 25개 기관이 참여했다. 

행사장은 개회식 때만 붐볐다. 박람회를 찾은 서민들보다 민병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윤석헌 금감원장,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등 주요 내빈과 그 수행원, 행사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장들은 금감원장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나머지 행장들도 민병두 의원, 윤석헌 금감원장, 이대훈 농협은행장의 서민금융 상담 퍼포먼스가 끝난 후에 대부분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그나마 주요 내빈 중 마지막까지 남았던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만 2시간 정도 자리를 지켰다.


주요 인사가 빠져 나간 자리는 노인들로 채워졌다. 행사를 위해 초청된 개그우먼 박지선씨는 이들을 대상으로 서민금융을 통한 삶의 희망 되찾기’라는 주제로 희망특강을 실시했다. 

박 씨의 강연에는 무명시절 선배 개그맨과의 일화 및 무명시절을 딛고 일어선 이야기 등의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서민금융에 대한 관심도 제고 및 홍보를 위한 자리지만, 주최 의도와 동떨어진 취업준비생을 겨냥한 희망특강 내용이 일부 포함된 셈이다.

그는 특강 후 “이날 진행한 행사가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왔다. 단지 20대~30대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부탁받았다”면서 “박람회에 와보니 노인 분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적합한 주제로 바꿔서 강연했다”라는 엉뚱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행사에 대한 홍보가 좀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행사를 주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금감원과 9개 시중은행 등이 홍보를 맡았다”라면서 “전달 내용에 착오가 있었던 건 박지선씨도 바쁘고 (우리도)사전에 강연내용까지 컨트롤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시중은행에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채용박람회와 같이 진행했지만, 올해는 시기상 채용시즌은 끝나서 채용 박람회를 뺐다. 대신 신용회복지원, 서민금융지원 상담 등 사회적기업 금융상담센터 부스를 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년층이 대부분인 이유에 대해선 박람회 참가 연령층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노년층을 타게팅하지는 않았다. 행사 시간이 낮이다 보니, 노인 분들이 많이 온 거 같다”며 “박람회 참석자들은 개최 2주전부터 사전에 모집했고, 일부는 SH공사를 통해서 참석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 참여업체의 설명은 달랐다. 한 서민금융기관 관계자는 “예식장을 빌려서 서민금융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난센스다”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들으려면 보여주기식 박람회가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서민들이 삶을 현장을 직접 찾아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서민 없는 서민금융박람회, 연예인 불러 생색내기만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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