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서 50대 여성이 생면부지 20대 남성에게 무참히 맞아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가해 남성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범행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게다가 범행 수법이 잔혹함에도 경찰에서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됨에 따라 흉악범 신상공개 대상에서도 제외돼 “얼굴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모(20)씨는 지난달 4일 오전 2시36분께 거제시내 한 선착장 인근 도로에서 A(58‧여)씨의 얼굴 부위를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가족 없이 홀로 이 부근에서 지내며 폐지 등을 주우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박씨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A씨 절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참히 때렸고, 결국 A씨는 5시간 뒤 숨졌다.
박씨는 이를 목격한 시민 3명에게 제압당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도 박씨는 시민들에게 “내가 경찰이다.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조사한 뒤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1부는 박씨에 대한 혐의를 ‘살인’ 혐의로 변경했다.
검찰은 때리다 보니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상해치사’가 아닌 박씨가 A씨를 살해할 목적의 고의성을 가지고 무참히 때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그 중요한 근거로 박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복원한 결과 박씨가 범행 전 ‘사람이 죽었을 때’,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사람이 죽으면 목이 어떻게’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런 점 등을 토대로 박씨가 살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살인죄와 상해치사죄는 범행의 고의성 여부가 관건이다.
상대를 살해할 목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살인죄는 상해치사죄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이는 이유다.
게다가 이 사건은 범행 수법이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못지않게 잔혹한 데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되면서 흉악범 신상공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경우에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를 위해 피의자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대상 범죄에는 ▲살인 ▲인신매매 ▲강간 ▲강도 ▲조폭 범죄로, 상해치사 혐의는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뒤늦게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가해자의 신원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이 일고 있다.
경남경찰청 강력계는 조사 당시 박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강력계 관계자는 “살인의 고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피해자가 5시간 가량 지나서 사망한 점, 검거 직후부터 조사 과정 내내 박씨가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한 점 등 ‘죽이려고 때렸겠느냐’는 합리적 의심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포렌식을 안 한 것은 맞지만 박씨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는 상황에서 이 검색어 정황을 살인과 직접 연관 짓기에도 무리가 있지 않았냐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거제=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