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학생들만 만졌나요?”…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의 수준

피해자 보호·젠더 감수성·전문성 온데 간데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 

성폭력 범죄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재판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거나 판사의 부적절한 언사 등 때문이다. 성폭력을 당해 심신의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은, 그러나 자신의 사건을 맡는 재판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실제로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속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에 따라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 원칙은 이렇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의 무성의함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성의식이 엿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판사가 피해자기 재판에 참석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름을 불러 신분을 노출시키는 식의 ‘실수 아닌 실수’가 빈번하다. 또한 진술 및 변론 과정에서 피해자 이름을 부르는 피고인과 그의 변호사를 제지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된다. 

동 규칙 ②번 항목은 “법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그 밖의 소송관계인은 심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과 특성을 배려하고, 당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신문 또는 진술이 이루어지거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 또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지켜지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도움으로 확인한 실제 재판 과정에서 판사 혹은 피고인의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한 발언들이다.  

▶“개인적으로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성경험 여부는 성폭력 판단에 영향을 준다” ▶“외모가 예쁜 학생들만 만졌나요?” ▶“성인 전부터 음주를 해왔죠?” 등. 

이밖에도 백혜련 의원은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피해자의 추궁하는 질문에 대한 변호인과 검사에 대해서 적절한 제지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의 존치 이유는 앞서 밝힌 것처럼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심리하고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백 의원은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성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비판의 근거는 낮은 젠더 감수성 및 전문성이다. 우선 재판부가 처리되고 있는 성폭력범죄 사건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과 소속 판사들에 대해 신청한 자에 한해 1년에 한 번  신임법관 연수에서 1박2일 과정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 외에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무하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에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 소속 판사가 ‘몰카’ 범죄를 저지르고도 한 달여 동안 성폭력범죄 재판을 진행하기도 한 것이다. 

백혜련 의원은 재판부를 향해 “성의식 수준과 전문성은 심각하다”며 “전문성 제고를 위한 내실 있는 교육과,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인권보호가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시스템을 갖추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예쁜 학생들만 만졌나요?”…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의 수준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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