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완벽한 타인' 나의 휴대전화 속 내용을 가족에게 모두 보여준다면

'완벽한 타인' 나의 휴대전화 속 내용을 가족에게 모두 보여준다면

[쿡리뷰] '완벽한 타인' 나의 휴대전화 속 내용을 가족에게 모두 보여준다면속초에서 태어난 네 명의 친구들이 어느덧 나이 마흔이 넘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의사 부부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은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를 하기로 하고 음식을 준비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은 집들이를 핑계로 방문한 7명의 친구들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오픈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게임은 예진의 제안으로 시작된다. 식탁에 떠오른 주제는 ‘비밀’. “우리 중에 비밀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거야?”라고 물으며 예진은 그 자리의 모두에게 저녁 식사 시간동안 오는 모든 메시지와 전화를 공개하길 제안한다. 전화벨이 울리면 스피커폰으로, 메시지가 오면 읽어주기로. 34년 동안 우정을 쌓아오며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석호와 변호사인 태수(유해진), 레스토랑 사장인 준모(이서진)와 선생이었다가 백수가 된 영배(윤경호)까지. 친구들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인다.

태수의 아내이자 전업주부인 수현(염정아), 준모의 아내인 수의사 세경(송하윤)도 재미있겠다고 웃으며 휴대전화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그들의 이면은 그리 흔쾌하지만은 않다. 석호가 장난삼아 딸의 휴대전화를 빌려 보낸, 불륜을 암시하는 메시지에 흠칫하는 모두의 모습은 이들에게는 반드시 숨겨야 할 비밀이 하나씩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서서히 모두의 전화 내용과 문자 내용이 공개되며 벌어지는 사건과 대립, 파국은 끝간데를 모르고 치닫는다.

휴대전화는 현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안에는 전화와 메시지 기능 뿐만 아니라 금융, 엔터테인먼트, 쇼핑, 여가까지 모두 들어있다. 개인의 인생 전체가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오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휴대전화에는 반드시 잠금 기능도 들어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자신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오픈할 수 있을지 저울질하게 된다. 그 저울추는 모르긴 몰라도 거의 모두가 같은 쪽으로 내려앉게 될 것이다.

영화는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 또한 그저 남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라는 말은 때로 얼마나 비루한가. 더욱이 이야기는 거의 다 석호와 예진의 집 한 곳에서 진행되지만,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력과 맛깔스러운 대사가 공간을 다채롭게 채워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를 마지막으로 완성하는 것은 관객들 개개인의 휴대전화 그 자체다. 관객은 ‘완벽한 타인’을 보는 내내 자신의 휴대전화 속 메시지들에 대해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바빠질 것이다. 배우 조진웅은 영화 촬영 후 “절대 따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완벽한 타인’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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