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추석,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으뜸으로 꼽히는 ‘추석(秋夕)’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물보따리를 두 손 가득 들고 가족을 찾아 발길을 옮긴다. 과거 농경시대만큼은 아니지만, 추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처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특히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란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 먹을거리가 풍족하다. 선물보따리에서 풀려나온 고기며 생선, 각종 제철과일들에 더해 송편과 각종 재료로 굽고, 볶고, 찌고, 튀겨 나온 요리들은 연휴를 맞는 마음만큼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추석 연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나온 배를 부여잡고 적당히 먹었어야 했다며 후회가 한가득 담긴 한 숨을 내쉰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풍요로움을 즐기는 자리에서 살찐다며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올해부터는 조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조리법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당장 명절 상에 많이 오르는 부침개와 전을 구울 때, 혹은 일부 지방에서 오르는 튀김을 할 때 쓰이는 기름을 적당히 고르는 것이 좋다.

◇ 기름만 바꿔도 추석이 즐겁다

흔히 명절 음식에 사용하는 식용유는 콩기름(대두유)이나 옥수수기름(옥배유), 해바라기유 등이다. 최근에는 포도씨유를 사용하는 가정들도 많다. 이들 기름은 발연점이 220~280℃로 높아 부침이나 튀김에 적합해 음식의 맛과 향은 물론 바삭한 식감을 살려주는 일등 공신이다.

구체적으로 대두유의 발연점은 약 220~240℃, 옥배유는 270~280℃이며 둘 모두 비타민E(토코페롤)와 올레산, 리놀산 등 필수 지방산인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돼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식용유다. 다만 대두유에 비해 옥배유는 발연점이 높아 튀김류에 더 많이 쓰인다.

이 외에도 해바라기유와 포도씨유의 발연점은 250℃로, 해바라기유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익산(오메가6 계열)과 올레산(오메가 9계열)과 비타민 E·A·D 등이 들어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기름 특유의 냄새가 없고 맛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반면 포도씨유는 리놀레산이 58% 이상이며 콜레스테롤은 0%로 단백한 맛이 나고 산폐가 느리고 조리 시 음식에 적게 흡수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오일 중 유일하게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아보카도오일이 주목받고 있다. 발연점은 270℃로 높은데다 80% 가량이 불포화지방산(오메가 3·6·9 등)으로 이뤄져있으며, 섬유질과 11종의 비타민, 14종의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더구나 부침이나 튀김은 물론 무침이나 샐러드에 첨가하면 채소에 풍부한 지용성 비타민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도 높여줘 1석2조다.

◇ 조리법만 바꿔도 건강이 보인다

가족들이 건강을 고려해 식용유를 골랐다면, 조리법 자체를 고민해보는 것도 권한다. 아무리 좋은 기름을 쓴다고 해도 기름은 기름. 최대한 지방의 섭취를 줄이는 건강한 식단을 꾸리기 위해서는 기름의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주나미 교수는 추석을 앞두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는 방법으로 뜨거운 공기를 대류시켜 식품을 익히는 ‘에어프라잉’ 방식을 권했다. 튀김음식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면서도 기름의 섭취를 줄일 수 있어서다.

주 교수는 “유지류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적절한 양을 섭취해야하는 등 섭취 시 주의해야할 점이 몇 있다. 그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는 트랜스지방산”이라며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물성유도 가열하면 트랜스지방산으로 바뀐다”면서 최대한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꼭 에어프라잉 방식이 아니라도 ‘오븐’이나 ‘그릴’을 활용해 튀김요리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식재료를 밀가루와 호밀빵 가루에 묻힌 후 200도에서 구워주면 기름에 튀긴 것 못지않게 바삭한 식감의 튀김을 맛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기름을 사용해야한다면 튀김옷을 가능한 얇게 입히거나 기름을 충분히 달군 후 조리해 식재료에 기름이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만약 기름의 온도가 170~180℃에 도달하기 전 미리 재료를 넣을 경우 기름을 많이 흡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볶음 요리의 경우 기름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채소나 고기를 볶아야 할 때 팬에 물을 약간 두르고 볶으면 오히려 담백한 맛이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참기름을 마지막에 첨가하면 금상첨화라고 조언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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