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위협하는 사무장병원…환수금액만 경북 1년치 건보료

사무장병원 척결법 국회 복지위 통과…특사경 도입 등도 논의 중

건보재정 위협하는 사무장병원…환수금액만 경북 1년치 건보료최근 경기북부경찰청은 2008년부터 서울과 인천 등에서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430억원을 챙긴 일가족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의료법인을 세우거나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설립·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치료비를 부풀린 영수증을 발급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가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일 사무장병원 방지법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사를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이다. 이는 병의원뿐만이 아니라 약국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영리창출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위 사례처럼 치료비를 부풀리거나 과잉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사무장병원을 적발한다 해도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를 환수하기가 어려운데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정적 사무장병원 운영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은 사무장은 사전에 재산을 은닉하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적발된 불법개설기관(사무장병원 등)만 1393개소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도별 적발 기관을 보면 2009년 6개소에서 2011년 158개소로 크게 늘어난 뒤 증감을 반복하다 2016년 242개소, 2017년 253개소로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별로는 의원(41.4%)이 가장 많았고, 요양병원(18.1%), 한의원(13.7%), 약국(8.6%)이 뒤를 이었다. 설립 구분별로는 개인이 절반이 넘는 58.75를 차지했고, 의료생협(21.7%), 사단법인(11.6%) 순이었다.

불법개설기관 환수결정 현황을 보면 1393개소에서 2조863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7년도 경상북도 도민 전체가 납부하는 1년치 보험료 수준이다. 

불법개설기관의 특징을 보면 병실당 운영 병상수가 일반 요양기관에 비해 크게 낮다. 또 월급을 받는 봉직의사의 6개월 근무비율은 45.1%로 2배 이상 높고, 대표자의 연령이 60세 이상인 경우가 일반요양기관(6.8%)에 비해 약 6.1배 높다.

국민 건강에도 위해를 끼치고 있는데 상기도염 항생제 처방률이 43.9%로 일반의원에 비해 6.1%p 높고, 환자수 대비 주사제 처방률도 37.7%로 일반요양기관에 비해 4.7%p높다. 특히 동일연령, 동일중증도, 동일상병으로 입원한 경우 사망비가 11.4%p 높게 나타났다. 

그동안 불법개설기관 규제를 위한 법률 개정 현황을 보면 ▲2013년 5월 ‘진료비 연대고지’ ▲2014년 11월 ‘진료비 지급보류’ ▲2015년 12월 ‘의료인의 면허대여 금지 명문화’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요건 강화’ ‘의료기관 개설 취소 등 행정처분 강화’ ▲2016년 5월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 강화’ ▲2016년 9월 ‘의료생협 설립요건 강화’ ‘의료생협 인가·사후관리 공단위탁’ ▲2017년 12월 ‘사법경찰권한 부여’ 등이다.

그럼에도 행정조사를 통한 서류 확인만으로는 계좌내역 확인을 할 수 없는 등 불법개설을 입증하는데 한계가 드러났고, 조사를 거부할 경우에도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수사의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기관의 경우도 강력사건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건들로 수사 착수 후 수사결과 통보까지 평균 11개월이 소요돼 제대로 된 조사나 조사결과에 따른 부당이득금 환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불법개설 사전차단’(설립요건 강화 등),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특사경 제도 등), ‘불법행위 반복방지’(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몰수·추징제도 도입 등) 등 단계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특사경은 전국 조직망과 불법개설기관 감지시스템, 전문인력을 보유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의료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복지부와 대대적인 단속으로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사법경찰 외에 행정업무의 특수성 및 전문성으로 인해 일반경찰이 수행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예외적으로 행정공무원을 지명해 수사 등 사법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 강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의료인이 타인에게 면허 대여 시 면허 취소 후 재교부 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고, 사무장병원 개설시 벌칙조항을 현행 5년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사무장병원뿐 아니라 의료인끼리 명의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의료인 면허 취소,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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