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번영의 길’ 들어서나…9월 남북정상회담 평양이 남긴 것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간의 역사적인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위원장과 함께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과 해외 동포는 환호했다. 외신은 연일 남북정상회담을 보도하며 한반도 평화 안착을 기원했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에 지지와 환영의 뜻을 전했다.

◇김정은·북한주민, 문재인 대통령 방북 환대

문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다. 역지사지하는 마음과 진심을 다한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 간의 불신을 털어내야 한다”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다음날인 18일 문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오전 8시 관저에서 출발, 성남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오전 10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마중 나온 김정은 위원장이 마련한 공식 환영 행사를 가진 후 남북정상회담장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순안공항 도착 직후 트랩에 내리기 직전 “비행기에서 육지가 보일 때부터 내릴 때까지 북한 산천과 평양 시내를 죽 봤다. 보기에는 갈라진 땅이라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역시 우리 강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방북 소감을 언급했다. 

영빈관으로 이동하더던 중 남북 정상은 버드나무 거리 3대혁명전시관 앞에서 하차해 평양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한 차량에 동승하고 카퍼레이드를 했다. 

카러레이드 후 11시 20분경 영빈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짐을 풀고 2박 3일간의 남북정상회담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방북 일정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숙소인 백화원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점심 식사를 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과 정상회담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방북 첫 정상회담은 오후 3시45분 시작해 남북 정상회담은 오후 5시45분쯤 종료됐다. 남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당초 첫 회담은 90여분으로 예정됐으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핵 시설 폐기와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등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30분가량 늘었다.

문 대통령은 1차 공식회담을 끝낸 뒤 김정숙 여사 및 한국 측 수행원들과 함께 평양대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뒤이어 목란관에서 환영만찬이 이어졌다.

◇비핵화 합의 등 역사적 평양공동선언 나와…김정은 서울 방문 약속 

방북 둘째날인 19일 10시경부터 추가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회담을 통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군사공동위 가동 및 무력충돌 방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 착공,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동창리 엔진시험장·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이 담겼다. 

특히 김 위원장은 공동선언을 통해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여기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북한 최고 지도자의 남한 첫 방문이 연내 이뤄질 것을 암시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19일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서에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행위 금지 완충지대·구역 설정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비무장화와 평화적 이용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의 군사적 조치가 총망라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평양 유명 음식점 옥류관으로 이동해 오찬을 가졌다. 오찬 후 문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 특별수행원들은 전시관과 평양 시내 소학교 및 학령 전 어린이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 양성기관 평양교원대학 등을 방문했다. 

저녁에는 김 위원장의 돌발 행동으로 생긴 깜짝 일정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과 동행한 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에 김 위원장 내외가 예고 없이 찾은 것. 대동강수산물식당은 일반인들이 출입하는 곳이다. 공개된 곳에서 두 정상이 만찬을 한 것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이후 남북 정상은 북한 최대 규모의 5.1경기장에서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을 관람했다. 1시간 20분간 진행된 공연은 ‘평양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 등 최근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며 공연은 끝났다.

◇그리움이 현실로…남북 정상, 백두산 천지 올라 한반도 평화 기원

방북 마지막날인 20일에는 한민족의 성지 중 한 곳인 백두산 천지 방문이 이었다. 이번 백두산 방문은 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뒤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문 대통령은 오전 7시 27분 평양국제비행장을 출발해 오전 8시 20분 삼지연공항에 도착했고, 미리 와 있던 김 위원장 부부의 영접과 군악대, 의장대,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어 오전 8시30분 장군봉을 향해 출발했다. 

북 정상은 정오께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배경으로 두 손을 맞잡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김 위원장 “백두산이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되어버렸다”며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 일행은 백두산 트래킹을 마친 뒤 오후 3시 30분 공군 2호기를 이용해 삼지연공항을 떠나 오후 5시 36분성남공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병도 정무수석,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이해식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또한 공항에 나온 주민들은 ‘조국 통일’ 구호를 외치며 문 대통령을 환대했다.

한반도 ‘번영의 길’ 들어서나…9월 남북정상회담 평양이 남긴 것문 대통령은 귀국 후 가진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방북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간 저는 김 위원장과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첫날 회담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를 논의하는 데 사용했다”며 “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습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단 희망을 밝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결실은 군사분야 합의”라면서 “합의서에 담지 못했으나 국회 회담 개최, 지자체의 교류도 활성화 등을 구두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합의사항의 이행을 위해서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해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핵)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의 빠른 진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간 휴식을 취한 뒤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오는 23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핵사찰 허용을 합의했다. 매우 흥미롭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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