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질 떨어뜨리는 타고투저, KBO는 개선 시늉만

프로야구 질 떨어뜨리는 타고투저, KBO는 개선 시늉만

언제까지 손을 놓고만 있을까. KBO의 적극적인 해결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올해 프로야구도 어김없이 타고투저(야구에서 투수보다 타자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 현상을 겪고 있다. 19일 오전 기준 KBO리그 평균 팀 타율은 2할8푼5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3할 타자는 36명에 이른다.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라 평가되는 2014, 2016시즌에 근접했다. 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을 넘긴 타자는 4명이다. 양의지와 로하스 등 4명의 타자들도 가시권에 있다. 2014, 2016시즌(6명)의 기록을 경신할 기세다.

투수들은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KBO리그의 팀 평균자책점은 5.14다. 2년 만에 다시 5점대 평균자책점에 진입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 중인 투수는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이 유일하다. 2점대에 가장 근접한 선수도 외국인 투수인 LG 윌슨이다. 국내 투수들은 김광현(규정이닝 미달‧2.58)과 양현종(3.63)을 제외하곤 대부분 4점대에 근접한 평균자책점을 보유 중이다. 

완투와 완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올 시즌 완투를 기록한 투수는 총 10명이다. 이 가운데 완투가 15차례, 완봉은 4차례 나왔다. 지난해 완투 24번, 완봉 9번에 비해 횟수가 크게 줄었다. 투수들이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고전하고 있단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보유한 메이저리그는 어떨까. 30개 구단을 보유한 메이저리그의 올 시즌 3할 타자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를 통틀어 총 16명에 그친다. OPS 1이 넘는 타자는 단 3명이다. 평균자책점 2점대 이하의 투수는 10명이나 된다. 단순 비교 수치로도 KBO의 기형적 구조를 가늠할 수 있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타고투저를 완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 팬들과의 약속을 어긴 셈이다. 타고투저를 개선하기 위한 대표적 방안으로 스트라이크 존 확대, 공인구 변경, 마운드 높이 변화 등이 제시했지만 실행에 옮겨진 건 없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KBO가 연례행사처럼 부르짖는 개선 방안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만 반짝 변화 조짐을 보일 뿐 매번 제자리걸음이다.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한국 타자들이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넓은 스트라이크 존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으면 타자들이 컨택트 할 수 있는 공의 비중도 늘어난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이 넓은 국제무대에선 타자들이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스트라이크 성 공에도 선뜻 배트가 나가지 않는다.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타자들이 약체 대만, 홍콩 등의 투수들을 상대로 초반 고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KBO의 스트라이크 판정은 좌‧우로는 후하지만 상‧하는 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퍼 스윙 위주로 타격 기술의 흐름이 바뀐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의 ‘하이 패스트볼’은 강력한 무기 중 하나지만 높은 공에 스트라이크가 잘 선언되지 않는 KBO내에선 위험 부담을 크게 내재하고 있다. 

공인구 변경에 대한 움직임도 없다. 공인구 반발계수 재점검에 대한 요구는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다. KBO는 매년 3차례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측정한다. 현재 사용 중인 공인구는 기준치에 부합하지만 정작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생각보다 멀리 날아간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공을 던진 투수도, 때린 타자도 놀라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반발 계수 기준 자체가 타 리그보다 높다는 지적이 있다. KBO는 반발계수를 0.4134에서 0.4374 사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의 경우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0.4134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타고투저를 앓았던 일본은 2011년까진 반발계수가 우리와 동일했지만 이후 반발계수 기준을 바꿔 고민을 해결했다. 

고착화 된 타고투저에 지쳐 마운드 높이를 조정하자는 극단적인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는 국제무대 경쟁력을 상실케 한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 고교야구 체질 개선 역시 반드시 필요한 요소지만 단기간에 타고투저를 완화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프로야구 질 떨어뜨리는 타고투저, KBO는 개선 시늉만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KBO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일관성 없는 심판진의 판정으로 인해 무용지물에 가깝다. 공인구 반발 계수 조정 요구에도 난색을 표한다. 반발력에 따른 누적 데이터가 더 필요하고, 국내 야구공 생산 업체 등의 규모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타고투저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단 시늉만 내비친다. 

KBO는 아시안게임 이후 지속적인 관중 감소를 보이고 있다. 아시안게임 이전 569경기에서 1만1278명(총 641만6995명)이었던 평균 관중 수는 아시안게임 이후 열린 58경기에서 9268명(총 53만7518명)으로 17.8% 줄었다. 

리그의 질적 수준에 대한 의구심과 실망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홈런과 대량 득점이 남발되는 리그는 관중의 반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긴 황금기에 취해 산적한 개혁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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