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돋친 패스트패션...유니클로보다 더 싼 자매브랜드 지유(GU) 통할까

가격은 일본보다 조금 위…업계 관계자 "기대 반, 우려 반"

날개돋친 패스트패션...유니클로보다 더 싼 자매브랜드 지유(GU) 통할까
일괄 제조·유통을 뜻하는 패스트패션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H&M, 자라 등과 스파오, 미쏘, 에잇세컨즈 등 토종 브랜드가 경쟁하는 사이 유니클로의 자매브랜드 지유(GU)가 국내 상륙을 예고했다.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한 가격과 트렌디한 감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패스트패션계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19일 유노키 오사무 GU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GU는 일본 및 해외 시장에서 총 393개 매장을 운영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해 1호점을 성공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헀다.

이번 지유(GU)가 시장에 안착해 유니클로의 성공을 이어갈지도 주목되고 있다. 유니클로는 패스트패션 중 유일하게 마의 '매출 1조원'을 넘은 브랜드다. 유니클로가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면서 도래한 정체기에 지유가 숨통을 터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유는 유니클로보다도 더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로, 일본 패스트리테일은 유니클로와 지유를 합쳐 1조원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유(GU)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가격'이다. 그동안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들에 의해 '990엔 바지'가 입소문을 타며 '유니클로보다 더 싼 브랜드'로 유명해졌다. 세일 기간에는 1900엔을 190엔으로 세일해 파는 등 초저가 전략을 쓰고 있다. 라이프웨어를 컨셉으로 하는 유니클로에 비해 조금 더 젊고 캐주얼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가격도 물론 지유가 유니클로보다 저렴하다. 

다만 지유 측은 물류비용 등을 고려해 일본 현지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사무 지유(GU) 대표이사 사장은 "가격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부 경비에 대해서는 일본 비해 약간 비싸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제를 몰고 왔던 990엔 데님바지는 2014년 1월을 마지막으로 판매가 중단돼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을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초저가 정책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오사코 히로유미 한국책임자는 "필요 없는 상품을 잘 쳐내고, 잘 팔릴 부분에 집중하며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확성 높은 시장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만드는 양과 판매하는 양을 잘 맞춰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를 맞추어 최대한 로우 코스트로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와 비슷한 가격대여서 오히려 유니클로의 경쟁자가 되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히로유미 지유(GU) 한국책임자는 "실질적으로는 각 브랜드를 구분해서 할 것"이라며 "베이직 아이템과 속옷, 캐시미어를 유니클로에서 사고, 트렌디한 자수가 들어가 있는 상품을 지유에서 사는 방식으로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저가 제품인 만큼 부족한 질을 메우는 문제, 일본과 다른 한국만의 트렌디함을 살리는 문제는 남아 있다. 국내 패스트패션 업계와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서는 히로유미 책임자는 "남녀 노소 폭넓은 사람의 취향을 맞추되 개성을 살려주면서도 매치하기 쉬운 옷을 만들고자 한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현재 유니클로는 2대주주인 롯데쇼핑과 협력해 롯데 유통망에 입점되면서 패스트패션을 일컫는 SPA브랜드 중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조2377억원, 영업이익은 64.5% 늘어난 1765억원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1조원 수준에서 정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다른 SPA 브랜드는 빠르게 크고 있지만 아직 유니클로만큼의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자라리테일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전년대비 52.7% 급감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2016년 7.5%에서 지난해 3.3%로 절반 이상 급락했다. 자라코리아의 매출액 역시 3550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2.9%)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지난해 매출은 1700억원 수준으로 유니클로의 성장세를 따라 잡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랜드월드가 생산하는 스파오는 3년전 흑자 전환을 한 이후 흑자 행진 중이고, 미쏘는 지난해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성과를 막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유의 진출에 대해 관심 반, 우려 반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지유가 들어와 국내 패스트패션 시장의 영역을 더 넓히고 관심을 불어넣을 거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초저가 제품이니만큼 질의 한계가 있어 '멋'을 중시하는 국내 시장의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패스트패션 업계 관계자는 "지유의 경우 트렌디한 제품을 내놓는 업체인데, 국내 SPA 일부 브랜드의 경우 매 주마다 상품이 바뀌도록 구축했고, 콜라보레이션도 이미 많이 하고 있어 국내 제품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본다"면서 "다만 지유의 등장으로 패스트패션 업계 자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못지 않게 품질도 따지는 한국 소비자들이 초저가 패션을 지향하는 지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며 "젊은 층을 어떻게 소구할지에 성공이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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