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Street과 길거리의 차이?…여성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Street과 길거리의 차이?…여성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친절한 쿡기자] Street과 길거리의 차이?…여성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Street과 길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같은 뜻을 가진 단어로 영어와 한국어라는 점 외에는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러나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상이한 결과가 나옵니다. Street는 실제 거리의 풍경을, 길거리는 거리를 걷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이 등장합니다. 대부분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 있죠. 일반인 여성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섞여 있습니다. 불법촬영물이 일상에 깊게 스며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9일 여성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다음카페 ‘불편한 용기’ 주최로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2차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여성이 참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남자에겐 화장실, 여자에겐 불법촬영장’ 등의 피켓을 들고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날 삭발식을 하며 불법촬영 및 유포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지난달 홍익대학교에서 누드크로키 수업 당시 동료 여성 모델이 남성 누드 모델을 몰래 촬영, 사진을 유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발생 12일 만에 가해자가 검거됐죠.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남성이었기에 신속하게 수사했다는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물에 미온적인 대응을 보여 왔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에 여성들은 지난달 ‘1차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열었습니다.  

불법촬영 범죄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청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1824명이던 불법촬영범죄 검거인원은 지난 2016년 449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피해자 2만6654명 중 84%인 2만2402명은 여성이었습니다. 가해자의 98%는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처벌은 요원합니다. 기소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기소율은 72.6%였으나 지난 2016년 31.5%로 감소했습니다. 재판까지 가더라도 징역형을 받은 것은 5.3%에 불과합니다. 지난 3일 여성 8명의 허벅지와 다리 등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법원은 “짧은 치마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 같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앞서 여성탈의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한 수영선수들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하철에서 불법촬영 현행범으로 체포된 판사는 벌금 300만원에 그쳤습니다. 

불법촬영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자의 의도와 경위, 특정 신체 부위 부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판사에 따라 판결이 제각각인 실정입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유포된 불법 촬영물을 차단하고 삭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피해자들은 직접 해당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하거나 자비로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고용해야 했습니다.   

여성들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길거리를 걸을 때 ‘대상화’ 된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불안에 떨지 않는 것,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 즉, 일상생활에서의 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입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관련법의 개정과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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