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알고 보면 도움되는 ‘똑똑한 약 복용법’

노인과 만성질환자 위한 올바른 약 복용 방법

[쿡기자의 건강톡톡] 알고 보면 도움되는 ‘똑똑한 약 복용법’#부인과 사별 후 안성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김모(72) 할아버지는 하루에 총 7종류, 18개의 약을 복용중이다. 20년 전부터 당뇨와 고혈압, 퇴행성 관절염,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는 기침과 콧물, 가래 때문에 거의 매일 감기약을 먹어왔다. 아들 내외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사다준 영양제도 세 가지였다.

여러 약을 복용하지만, 약이 많고 복용시간도 복잡해 정신이 없다. 약 복용을 자주 잊게 되고 두 번 먹는 경우도 생겼다. 당뇨와 혈압은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았고, 전립선 증상이 지속됐다. 약을 먹을수록 기운이 없고 입이 마르고 자주 붓고 어지러워 집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졌다. 김 할아버지는 다시 다른 병원을 다니면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아 왔다. 약은 더 늘어났다.

결국 생신을 맞아 김 할아버지를 찾은 큰 딸은 식탁 위에 올려진 수많은 약봉투를 보고 서둘러 서울아산병원 약물조화클리닉에서 진료와 상담을 받았다. 담당의사와 약사가 김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피고 현재 복용중인 약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김 할아버지의 혈압약, 진통제, 기침약이 유사한 성분으로 중복돼 있었고, 당뇨약이 맞지 않아 자주 저혈당이 생기며 관절약과 위장약 용량이 너무 높았다.

진료 후 김 할아버지는 아침에 고혈압과 당뇨약, 저녁에 전립선약과 관절약 이렇게 7개의 약만 복용하게 됐다. 전립선 비대증 약과 감기약을 같이 먹으면서 늘 소변보기가 어려웠지만, 혈압약을 바꾸니 기침이 줄면서 감기약도 덜 먹게 되고 소변보기도 수월해졌다. 당뇨와 혈압도 잘 조절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고령화와 만성 질환의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 노년층의 약물 복용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의료쇼핑으로 여러 병원에서 약물을 중복해서 처방받고 너무 많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면서 약물 부작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이 아무리 약을 먹어도 증상이 해결되지 않아 다른 약을 복용하고, 새로운 증상이 발생해 또 다른 약이 추가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면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들의 올바른 약 복용법에 대해 알본다.

◇똑똑하게 약 복용하는 방법

▲본인의 질환을 알고 약의 복용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복용 중인 약을 어떤 목적으로 투여하는지 환자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치료 목적인지, 증상 완화 목적인지, 지속적 복용이 필요한 약물인지, 증상 완화되면 중단해야 하는 약물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

▲약의 용량·용법을 지켜서 복용할 수 있도록 한다=약의 치료효과를 감소시키는 주요 요인은 약을 꾸준히, 정해진 일정대로 투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의로 약을 2배로 복용하거나 투여를 건너뛰지 말아야한다. 약을 먹는 것을 자주 잊어버린다면 일자 및 횟수 별로 약 담는 용기에 약을 보관해 눈에 잘 띄는 곳에 보관하거나, 복용 여부를 달력에 확인하는 방법 등을 사용해 약을 꾸준히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약을 적재적소에 보관하며 보관기간이 오래된 약은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대부분의 약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일부 약은 냉장보관이 필요하다. 올바른 방법으로 보관되지 않은 약은 약의 독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약효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유효기간이 지나 오래된 약도 약효를 보장할 수 없다. 가까운 약국을 찾아 폐기하는 것이 좋다.

▲각 약물에 대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정보를 알아둔다. 약물 부작용을 겪었던 환자라면, 반드시 부작용 이력을 알린다=약물부작용은 노인 환자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각 약물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요즘 많은 약국이 복약설명문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관했다가 필요시 읽어보는 것이 좋다. 만약 부작용을 겪었던 약이 있다면 정확한 이름을 적어두거나 기억했다가 병원·약국 방문 시 알려야 한다. 해당 약물 및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의 재투여를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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