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직접 집필… ‘미스 함무라비’ 승부수 통할까

현직 부장판사 직접 집필… ‘미스 함무라비’ 승부수 통할까

현직 부장판사 직접 집필… ‘미스 함무라비’ 승부수 통할까

또 법정 드라마다. 활발한 성격의 초임 여판사가 재판장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도 많이 본 내용이다. 전형적인 캐릭터 설정과 예상 가능한 전개. 첫 방송을 앞둔 JTBC 새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뚜렷한 약점이다.

신선한 점도 있다. 형사 재판부가 아닌 민사 재판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다룬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대립도 법정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주제다.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판사가 대본을 직접 집필했다는 점도 새롭다.

제작진은 화려한 드라마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영중로 타임스퀘어 아모리스 홀에서 열린 ‘미스 함무라비’ 제작발표회에서 곽정환 감독은 “스케일이 크거나 멋있는 드라마는 아니다”라며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드라마의 원작을 접하고 이 작품이야말로 그런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털어놨다.

기존 작가가 아닌 문유석 판사에게 대본 집필을 맡긴 이유도 밝혔다. 곽 감독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문유석 판사의 20년 경험이 집약된 것”이라며 “그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대중들에게 좋은 드라마로 다가가기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작가들이 20년 경험을 가진 판사 이야기를 짧은 시간 안에 공부해서 체화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원작자와 드라마 전문 작가들이 다양한 시도를 했고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원작자가 직접 쓰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미스 함무라비’는 이상주의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 현실주의 부장 판사 한세상(성동일)까지 세 명이 재판부에서 펼치는 생활밀착형 법정 드라마다. 부장 판사 한세상 역을 맡은 배우 성동일도 드라마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날 성동일은 “보통 법정드라마는 정경유착 같은 비리 사건이나 밑도 끝도 없는 주인공의 정의감이 표현되곤 한다”며 “‘미스 함무라비’는 실제 판사가 집필하다보니까 길거리에서 술 먹고 사고 친 사건이나 이혼 부부, 좀도둑 이야기처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성동일은 배우 고아라, 김명수와 함께 재판석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과 화해가 그려진다. 곽 감독은 “단순히 통쾌한 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젊은 세대 입장에서 구세대의 잘못을 욕하며 후련함을 느끼는 것 뿐 아니라,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가 만들어내는 감동이 짙게 깔려있다”고 예고했다.

‘미스 함무라비’는 지난해 가을 방송을 목표로 제작됐다. 하지만 편성이 늦춰져 100% 사전 제작 드라마가 됐다. 그 사이에 SBS ‘이판사판’, KBS2 '슈츠', tvN ‘무법 변호사’, MBC ‘검법남녀’ 등 수많은 법정 드라마가 방송됐거나 방송 중이다. ‘미스 함무라비’는 의도치 않게 후발주자가 됐다.

곽 감독은 “법정 드라마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며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다른 드라마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걱정돼서 죽겠더라. 비슷한 대사가 나오면 베낀 것 아닌지 전화해서 알아보라고도 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CP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고민이 많았지만 정해진 길을 묵묵히 가겠다. 달리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미스 함무라비’는 21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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