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문일답] 마이크 잡은 박지성 “해설 통해 축구철학 말하겠다”

마이크 잡은 박지성 “해설 통해 축구철학 말하겠다”

“이전에 제가 지도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후 배성재 아나운서가 저를 설득하러 찾아왔을 때 지도자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축구철학을 보여줄 수 없다면 해설을 통해서 어떻게 축구를 바라보는지에 대해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은 선물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그것이 제가 해설을 하는 이유다.”(SBS 박지성 해설위원)

처음으로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는 박지성 해설위원이 타 방송사와의 ‘경쟁’보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성은 16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배성재 아나운서와 함께 무대에 섰다.

박지성은 “한국 팬들에게 좀 더 다양한 해설을 들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다. 선수 생활을 (이영표, 안정환과) 조금씩 다르게 했다. 각자 보는 축구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지성은 “지난 3월 평가전에서 패스를 추구하는 걸 봤다. 이번엔 부상으로 인해 엔트리가 바뀌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에서 남은 기간 플랜B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수비 조직력을 잘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손흥민과 본인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일단 기록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웃었다. 그는 “손흥민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최고의 무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았다. 한국의 큰 무기이자 활용할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또한 “배우자인 김민저 아나운서 조언을 많이 해 준다. ‘생각합니다’란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팬들은 제 생각에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 더 좋다고 했다.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줘서 제가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면서 머쓱하게 웃었다.

[현장 일문일답] 마이크 잡은 박지성 “해설 통해 축구철학 말하겠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Q. 해설위원이 된 소감

=이렇게 해설위원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게 어색하다. 하지만 월드컵이 전 세계의 축제인 만큼 그 한 부분으로서 즐기고 싶다. 한국 팬들께서도 월드컵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좋은 해설 할 수 있게 노력해서 즐거움을 배가하겠다.

Q. 한국의 월드컵 가능성은 

=안정환 해설위원과 이영표 해설위원이 예측한 걸 봤다. 저도 딱 이 확률이다 얘기할 순 없겠지만 50%가 안 된다고 본다. 가장 큰 건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늘 이변이 있었고 그걸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얼마나 남은기간 준비를 하느냐, 팬들이 기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Q.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이끌어왔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준다면

=최종예선을 통해서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라든지 성적에 대해 아쉬운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거라고 본다. 그래서 오히려 선수들에게 경기를 즐겁게, 대회를 즐겁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월드컵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고 혜택이다.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대회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잘 했으면 좋겠다.

Q. 월드컵 엔트리에 대한 평가

=지난 3월 평가전에서 보면 패스를 추구하는 걸 봤다. 이번엔 부상으로 인해 엔트리가 바뀌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에서 남은 기간 플랜B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수비 조직력을 잘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Q. 주목할만한 선수는?

=가장 중요한 건 최근 어떤 모습을 보여줬느냐다. 손흥민은 단연 주목받을 선수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나 역시 기대가 크다. 그만큼 본인도 부담을 많이 가졌을 거라 본다. 4년 전과 다른 부분이다.

Q. 손흥민과 본인을 비교하자면

=일단 기록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웃음) 손흥민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최고의 무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았다. 한국의 큰 무기이자 활용할 선수라고 생각한다.

Q. 다다음주 평가전에서 SBS가 중계를 하지 않는다. 월드컵에서 바로 해설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그렇지만 제가 완전히 처음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2년 전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잠깐 참여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현장에서 돌아가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경험했던 부분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습을 많이 할 생각이다. 크게 걱정을 하진 않고 있다. 선수 생활 하면서 실제로 라이브 인터뷰를 하는 부분이 해설에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배성재=챔피언스리그도 했고 JS컵에서도 중간중간에 껴서 했다. 방송하면서 긴장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워낙에 큰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잘 하고 있다. 오히려 박문성 해설위원과 제가 실수를 하면 고쳐주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월드컵에서의 부담감은 또 다르다. 저도 궁금하다. 실전 상황에 맞게 리허설을 하고 있다. 

Q. 수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부상 선수가 많다. 신태용 감독께서 어떤 것을 추구하는 지 아직까진 잘 모른다. 남은 시간 얼마큼 자신이 원하는 조직력을 선수들에게 심어줄 수 있느냐, 선수들에게 어떤 전술을 가지고 팀을 이끌어 나갈지 소통해왔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스스로가 잘 인지만 하면 남은 기간 팀으로서 연습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맞는 수비전술을 잘 짜고 보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과 비교하자면

=방송사 입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과연 경쟁을 통해 이기야 되느냐란 생각을 했다. 한국 팬들에게 좀 더 다양한 해설을 들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다. 선수 생활을 조금씩 다르게 했다. 각자 보는 축구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생각을 토대로 해설을 할 거라 생각한다. 제가 지도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지도자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축구철학을 보여줄 수 없기에 해설을 통해서 해설위원으로서 어떻게 축구를 바라보는지에 대해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것이 제가 해설을 하는 이유다.

Q. 이승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종명단은 아니지만 합류해서 축구 연습을 한다면 도움이 될 거다. 20대 초반의 당돌한 선수가 뛰면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가 될 것이다. 선수 개인으로서도 첫 성인대표팀에 발탁이 되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을 거다. 대표팀 안에서 다른 선수와 경쟁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 발표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Q. U-20에서 활약했는데

=그런 스타일로는 우리나라에서 손가락에 꼽는 선수다. 그런 장점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대표팀에 도움이 될 거다.

Q. 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FIFA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을 닮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대표팀에 왔을 때 주장들이 어떻게 했느냐를 생각했고, 그 선수들의 장점을 어떻게 흡수할까를 고민했다. 기성용 선수도 마찬가지다. 제가 어떤 조언을 하기보다 지금까지 스스로 경험하고 봐 왔던 주장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주장으로 보낸 시간이 꽤 된다. 대표팀이 좋았을 때, 그리고 안 좋았을 때를 모두 경험했다. 이번 월드컵을 치르는 데 있어서 큰 자산이고, 좋은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한다.

Q. 같은 조에 배정된 멕시코가 월드컵 명단을 발표했는데 옛 동료 치차리토 에르난데스가 포함됐다

=위치 선정과 골 결정력이 좋다. 문전 앞에서 얼마나 그 선수를 막느냐가 중요하다. 침투능력이 좋고 움직임도 뛰어나다. 단순히 한 선수의 마크보다 전체가 그 선수를 예의주시하고 언제 어디에 있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 피지컬 부분에서는 강한 선수는 아니다.

멕시코전은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스리백을 쓰면서 그렇게 공격적으로 하는 팀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압박의 강도라든지 스피드에서 우리 선수가 어떻게 이겨낼 것이냐가 관건이다.

Q. 김민지 아나운서가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 줄 것 같다

=조언을 많이 해 줬다. ‘생각합니다’란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팬들은 제 생각에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 더 좋다고 했다.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줘서 제가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웃음)

선수 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월드스타였던 박지성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데 이어, 이후 두 번의 월드컵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넣으며 자신의 세 차례 월드컵 출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Q. 이번 월드컵 4강을 예상하자면

=브라질, 독일, 프랑스, 나머지 한 자리는 물음표다. 항상 이변이 있기 때문이다. 우승후보는 브라질로 본다. 네이마르 선수가 얼마큼 컨디션을 찾느냐가 중요하다. 결승 상대팀은 조별리그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일이나 프랑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Q. 월드컵 전까지의 일정

=아직 맨유 엠버서더다. 곧 일본을 가야한다. 런던에 가서 연습을 하다가 한국에서 마지막 연습을 하고 러시아에 입성할 생각이다.

Q. 이번에 발탁된 이청용에 대해

=능력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 15~17명이 실제로 그라운드를 밟을 거라 생각한다. 판단은 신태용 감독이 한다. 책임도 그렇다. 이청용은 풍부한 경험이 있다.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목동 |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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