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도돌이표’ 되지 않으려면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도돌이표’ 되지 않으려면

[친절한 쿡기자]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도돌이표’ 되지 않으려면“우리 세대는 나중에 군대 안 갈 수도 있대” 

한껏 들떠 이야기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습니다. 얼어붙어 있던 한반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해빙기’를 맞았습니다. 남북 간 충돌도 있었지만 교류는 지속됐죠. 

그러나 정권이 바뀌며 관계는 급격하게 경색됐습니다. 지난 2008년 남북 간 핫라인이 끊겼습니다. 인천 연평도에는 북한에서 쏘아올린 포탄이 떨어졌고, 민간교류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았습니다. 2000년과 지난 2007년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은 수포로 돌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한반도의 역사를 다시 쓸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남북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11년 만의 정상회담을 개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나 북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실무진은 26일 평화의집에서 최종 리허설을 진행합니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앞서 이뤄진 회담과 달리 ‘2018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직접 거론,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회담입니다. 회담의 결과가 이후 북·미정상회담의 초석이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죠. 

문 대통령은 기대와 함께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습니다. 남북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의제를 조율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치밀한 협상전략으로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은 한반도 빙하기를 깬 두 정상의 만남도 의미가 있지만 이보다 더 진전된 결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 혼자 짐을 져서는 안 됩니다. 정치권 또한 정쟁에서 벗어나 정상회담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정상회담 이후 ‘평가’가 아닌 남북관계 해결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자유한국당(한국당) 등 야당은 앞서 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자 “북핵 완성을 돕는 것”이라고 질타했죠. 정부에 대한 비판만이 야당의 역할은 아닙니다. 국가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당은 여당 시절인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관련 북한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한 전례가 있습니다.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정전협정 이후에도 북한과의 크고 작은 충돌로 군 장병을 포함, 다수의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습니다. 기약 없는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은 5만8000명에 달합니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또한 남북관계가 평화로웠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갈등입니다. 경제에도 타격이 미쳤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2000여 명이 실업 상태에 내몰렸습니다. ‘한반도 리스크’를 이유로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려 문제가 됐죠.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8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정부와 여·야 모두 힘을 합쳐 한반도의 진정한 ‘봄’을 불러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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