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이겼다”… 패배에도 DB 팬들이 연호한 이유

DB 감독의 분노어린 일성 “할 말이 없다”

“이겼다, 이겼다”… 패배에도 DB 팬들이 연호한 이유“이겼다, 이겼다.”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원주 DB와 서울 SK의 4차전이 끝난 뒤 원주 원정 팬들이 “이겼다”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87대85 SK의 승리로 끝났기에 원주 팬들의 연호는 의아했다. DB는 전반전 열세를 딛고 3쿼터와 4쿼터 맹추격에 나섰지만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패했다.

SK 선수단과 홈팬들이 기쁨을 만끽할 시간에 왜 원주 팬들은 ‘찬물’을 뿌린 것일까.

4쿼터로 거슬러간다. DB는 13초를 남기고 80대82까지 SK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이때 심판의 휘슬이 불렸다. 화이트에 대한 DB 측의 파울이 선언됐다. 그런데 이상범 DB 감독이 심판진을 향해 트래블링이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심판진이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선언했다. 이미 DB는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은 상황. 원칙대로라면 테크니컬 파울이 부여된다. 하지만 이를 뒤늦게 인지한 심판진은 이 감독의 항의만으론 테크니컬 파울을 주기엔 과한 처사라 여겼던 것인지 경고를 취소하려 했다. 그러자 SK 벤치가 즉각 항의했고 심판진은 결국 DB에 테크니컬 파울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DB는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넘겨주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39분43초간의 열기가 돌연 차갑게 식는 순간이었다. 이에 흥분한 일부 팬은 코트를 향해 물병까지 던졌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종료 12초를 남기고 버튼이 3점포와 함께 득점 인정 반칙을 얻어내며 83대86까지 추격했다. 이후 버튼은 추가 자유투를 고의로 실패하며 또 한 번의 공격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이 때 또 한 번 휘슬이 울렸다. 볼 경합 과정에서 버튼이 김민수에 파울을 범했다는 것. DB 팬으로선 심판콜이 유독 예민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심전심이라고 했던가. 이 감독의 생각도 DB 팬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간접적으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스코어는 졌지만 경기는 이겼다”며 “할 말이 없다. 보셔서 알 것이다. 감독 입장에선 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한 뒤 곧장 기자 회견실을 떴다.

한편으론 SK 역시 또 다른 피해자다. 수준급의 경기력을 보인 SK는 이날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판정 논란으로 인해 찝찝한 마음을 한 켠에 안고 퇴근길에 올라야 했다. 

경기의 무게에 걸맞지 않은, 신중하지 못했던 심판 판정이 아쉬움으로 남은 4차전이었다.

양 팀은 16일 장소를 옮겨 원주에서 5차전을 치른다. 

잠실ㅣ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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