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이 그렇게 잘해?’ 승강전 최고 기대주 그리핀은 어떤 팀일까?

‘그리핀이 그렇게 잘한다며?’

오는 17일 서울 상암 OGN e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리는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 시즌 승격강등전(승강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올 시즌 그리핀은 챌린저스 팀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케스파컵이 그 기폭제 역할을 했다. 당시 이들은 16강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2대0으로 완파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또 이어지는 8강에서도 SK텔레콤 T1 상대로 1대2까지 따라붙는 등 크게 선전했다.

이는 일시적인 파란이 아니었다. 이번 봄,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스프링 시즌에서도 그리핀의 활약은 계속됐다. 시즌 14전 전승을 거두고 단 2세트만을 패했다. 무려 93.3%의 승률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CJ 엔투스가 갖고 있던 역대 최고 승률 기록(92.9%)까지 갈아치웠다.

2번의 세트패마저도 과감한 전술·전략 실험에서 나온 결과였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직후 만난 그리핀 김대호 감독은 “전승 우승에는 큰 욕심이 없었다. 전승에 집착하기보다는, 실험적인 픽과 선수 로테이션을 활용해가며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었다. (세트패를 기록한 것이) 약간은 아쉽지만, 패배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핀은 이 기세를 살려 롤챔스 문턱까지도 넘어설 수 있을까? 다수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그리핀의 승격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가령 올 시즌 챌린저스 해설을 맡았던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은 “그리핀이 기존 챌린저스 강팀보다도 경쟁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승강전에 참가하는 4팀 중 1순위의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 역시 “실수가 없다면 무조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승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상대도 최고의 컨디션이고, 우리도 최고의 컨디션이라면 질 수 없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 주도적 게임 설계 두드러져… 정글러·원거리 딜러가 에이스

그리핀의 강점은 무엇일까? 하 해설의 경우 그리핀의 주도적인 게임 설계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 해설은 “기존 챌린저스 팀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팀의 실수를 이용하는 패턴이 많았다. 반면 그리핀은 롤챔스 팀처럼 스스로 게임을 설계하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리핀 팀 내부에서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높은 게임 이해도를 최고 강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감독부터가 아직까지는 ‘그리핀의 사령탑’보다 아마추어 고수 ‘씨브이맥스’로 유명한 인물. 한때 레블즈 아나키(現 아프리카 프릭스) 소속으로 롤챔스 본선 무대를 밟은 경력도 있다.

이처럼 전 구성원의 높은 게임 이해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그리핀은 정교하면서도 과감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경기 초반의 사소한 신경전부터, 게임 승패를 결정짓는 대형 오브젝트 싸움까지 모든 것이 치밀한 설계 하에 이뤄진다.

설계도면을 그리는 건 전적으로 정글러 ‘타잔’ 이승용의 몫이다. 지난 시즌 솔로 랭크에서 ‘데프트’ 김혁규의 뒤를 이어 전체 2위에 오른 바 있는 이승용은 콜(오더)과 운영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로, 팀의 메인 오더까지 겸하고 있는 두뇌파 정글러다.

김 감독은 이승용을 “게임의 길잡이”라고 소개했다. 게임을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간에 방향성을 잃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행동할 때 라이너가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1분 전부터 설계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승용의 설계 능력을 두고는 “콜이 기가 막힌다”고 표현했다. “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계속해서 가정해주고, 상대 정글 위치를 리스크 없이 완벽하게 찾아준다”는 게 그의 보충 설명이다.

밥상을 차리는 게 이승용의 역할이라면, 이를 맛있게 먹어치우는 건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의 일이다. 박도현은 뛰어난 하드웨어(피지컬)가 장점인 선수. 진과 같은 스킬 기반 딜러부터 자야 등의 기본 공격 기반 딜러까지 능히 다룬다.

김 감독은 박도현을 두고 “그냥 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붙기 마련이지만, 이 친구는 그냥 잘한다”며 박도현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스스로도 하드웨어가 뛰어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리지 않으면서도 쉽게 죽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 해설도 박도현과 이승용, 두 선수를 그리핀의 에이스로 꼽았다. 하 해설은 “박도현이 딜러 포지션에 나이도 어린 데다가, 미남어서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는 부분이 있다. 반면 이승용은 포지션 특성상 게임을 다 만들어놓고도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승용은) 유리할 때 (스노우볼을) 굴리는 플레이, 불리할 때 수를 만드는 플레이가 좋고, 교전 시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팀의 중앙을 책임지는 ‘래더’ 신형섭도 그리핀의 핵심 전력 중 한 명이다. 캐리 능력은 동 포지션 경쟁자 ‘쇼메이커’ 허수(담원 게이밍)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으나, 그 대신 범용성과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김 감독은 신형섭을 컴퓨터의 메인보드에 비유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성능이 좋은 그래픽카드 또는 CPU 같은 부품이라면, 신형섭은 이 부품의 성능을 100% 발휘케 하는 역할을 한다”며 다른 팀원과의 호환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어 “신형섭 개인만 놓고 본다면 팀 내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초비’ 정지훈보다 개인 하드웨어가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신형섭에게는 적극적인 콜 능력과 뛰어난 전투 상황에서의 판단력이 있다. 그래서 나머지 4명의 개인 기량이 더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 해설은 “(신형섭이) 최근 들어 활약이 매우 좋아졌다. 과거에는 챔피언 폭도 한정적이었고, 솔로 랭크 티어도 낮았다. 그러나 리그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티어를 확 끌어올렸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전천후로 잘해주는 선수”라고 전했다.

■ 챌린저스의 킹존, 단점 안 보여…굳이 뽑자면 탑 부담감 벗어나야

그리핀은 난공불락일까? 적어도 챌린저스에서는 그랬다. 김 감독이 “상대보다 우리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상대도 최고 컨디션이고, 우리도 최고 컨디션이라면 질 수 없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다. 당시 김 감독은 “못할 때는 3부 리그 팀에게도 질 수 있지만, 100% 컨디션일 때는 롤챔스의 그 어떤 팀에게도 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 해설은 “그리핀의 경우 챌린저스 무대에서는 단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트패를 당한 건 능력치가 대폭 하향된 칼리스타를 다시 꺼내보는 등 과감한 실험을 진행한 경우에 한했고, 그래서 팀의 약점을 노출했다고 보기엔 어려웠다는 평가다.

다만 하 해설은 ‘소드’ 최성원의 부담감 덜어내기를 그리핀의 유일한 숙제로 예상했다. 하 해설은 “(전에 비해) 최성원의 실력이 약간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우 잘하는 선수다. 필요 이상으로 주눅 든 느낌이 있다”며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나머지 팀원이 워낙 잘하다 보니 자신이 못 쫓아간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심적인 부담감을 떨쳐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롤챔스 승격 가능성은?

‘그리핀이 그렇게 잘해?’ 승강전 최고 기대주 그리핀은 어떤 팀일까?

그리핀은 롤챔스로 승격할 수 있을까? 하 해설은 그리핀의 승격을 예상했다. 그는 “이번 승강전에 참가하는 4개 팀 중에 그리핀이 가장 강하다고 본다. 그 다음 롤챔스 출신의 2개 팀을 공동 2위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리핀은 평소 연습 경기에서도 챌린저스 팀 상대로는 거의 패배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롤챔스 팀도 그리핀을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리핀은 실제로 평소 연습 과정에서 일부 롤챔스 팀들과 맞붙었을 때 우위를 점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핀 내부적으로도 승격을 자신하고 있다. 챌린저스 시즌을 막 마친 당시 김 감독은 “높게 쳤을 때 롤챔스 중위권 정도”라고 스스로의 전력을 평가했다. 그때 그는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못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며 “약점을 개선해 롤챔스 서머 시즌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롤챔스 서머 시즌 우승 도전을 선언한 지 약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그리핀은 부족한 점을 스스로 진단하고, 충분히 보완했을까. 답은 오는 17일 4개 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승강전에서 밝혀진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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