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만신창이 된 이대호

술 한 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만신창이 된 이대호

술 한 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만신창이 된 이대호

‘거인의 심장’ 이대호가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13일 오전 기준 4승12패로 리그 최하위다. 개막 이후 7연패 늪에 허덕이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롯데 팬들의 성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가장 많은 몰매를 맞는 이는 다름 아닌 4번 타자 이대호다.

일본과 미국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했던 이대호는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친정팀 롯데로 복귀했다. KBO 역대 FA 최고액인 4년 150억에 도장을 찍었다. 팬들은 4번 타자이자 팀의 심장인 이대호가 우승에 목마른 롯데의 오랜 염원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실제로 이대호는 지난 시즌 롯데를 5년 만의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NC에 패했지만 다음 시즌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거란 희망된 관측이 많았다. 

그리고 올 시즌 이대호와 롯데는 우승을 다짐했다. 허황된 목표는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유력 우승 후보로 롯데를 꼽았다. 강민호를 떠나보냈으나 손아섭을 붙들었고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 민병헌을 FA로 수혈했다. 걸출한 외인들과 토종 선발이 지키는 마운드, 손승락이 책임지는 뒷문 등 롯데는 정상급 전력을 보유한 팀으로 평가받았다. 이대호는 “우승하면 사직구장을 찾은 모든 팬들께 술 한 잔 대접하고 싶다”며 행복한 꿈을 꿨다. 

하지만 이대호와 롯데가 동반 부진하면서 팬들의 상실감은 분노로 변했다. 성난 화살은 롯데 선수단이 아닌 극심한 부진에 빠진 이대호로 향했다. 급기야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NC전을 치른 뒤 퇴근하는 과정에서 극성팬이 던진 치킨 박스에 맞는 봉변을 당했다. 

경기 내·외로 만신창이가 된 이대호는 11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12일 복귀했으나 1회말 1대1 무사 1,3루 찬스에서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또 다시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전날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준 롯데 타선이었기에 일부 팬들은 ‘이대호가 타선의 혈을 막았다’며 비판했다. 그를 2군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대호는 현재 타율 2할4푼1리 장타율 3할1푼 OPS(출루율+장타율) 6할1푼8리를 기록 중이다. 홈런은 1개, 타점은 겨우 5개에 그친다. 타율 4할9리 OPS 1.146 6홈런 16타점을 기록한 지난해 4월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지난 시즌 롯데는 이대호의 활약에 힘입어 4월까지 5할 승률을 유지했다. 올 시즌 롯데의 부진이 이대호의 성적과 무관하다곤 볼 수 없다.

결국 이대호 본인이 이겨내야 될 몫이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말미에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으나 특유의 몰아치기로 롯데의 극적인 반등을 이끈 바 있다. 영점만 잡으면 얼마든지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줄 수 있는 타자가 이대호다.

다만 언제까지고 기다려줄 순 없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14.3%로 평가된다. KBO 역대 기록상 개막 이후 1승9패를 기록한 7팀 가운데 1팀(빙그레)만이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더 늦기 전에 순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대호가 하루 빨리 본 모습을 되찾아야 되는 이유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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