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총재 리더십에 휘청… 바람 잘 날 없는 한국 프로농구

총재 리더십에 휘청… 바람 잘 날 없는 한국 프로농구

[옐로카드] 총재 리더십에 휘청… 바람 잘 날 없는 한국 프로농구한국 프로농구가 갖가지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그 중심엔 눈과 귀를 막은 총재가 있다.

남자 프로농구(KBL)는 현재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으로 팬들의 원성이 높다. KBL은 단신 외국인 선수가 경기의 흥미도를 높인다는 이유를 들어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의 신장을 장신 선수 200㎝, 단신 선수 186㎝ 이하로 제한했다.

세계농구의 흐름에 역행하는 뜨악한 제도에 현장의 비롯한 농구팬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위 안건을 처음 제시한 김영기 총재의 의지엔 변함이 없었다. 

이에 따라 최근 KBL엔 선수들이 신장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올 시즌 득점왕에 오른 안양 KGC 데이비드 사이먼은 지난 2일 KBL 센터를 찾아 2차례 키를 측정했다. 그의 프로필상 신장은 203㎝. 사이먼은 신장을 줄이기 위해 센터 주변을 뛰며 땀을 흘리는 등 노력했지만 최종 신장 202.1㎝로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2010년 한국 무대에 데뷔해 2014-2015 시즌부터 4년간 KBL을 호령하던 사이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다. 다음 시즌부턴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다른 구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너도나도 신장 재측정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한 구단은 KBL의 것과 동일한 신장 측정기를 따로 구매했다. 방도를 강구하기 위해서다. 선수들끼리 키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임기가 끝난다. 따라서 이번 제도 역시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등을 돌린 팬들의 마음은 돌이키기 힘들 수 있다. 일부 팬은 “KBL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여자프로농구(WKBL) 역시 신선우 총재의 행보를 놓고 논란이다.

WKBL은 최근 KDB 생명이 해체를 선언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5월 결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신 총재는 이에 대한 대안이나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연맹이 당분간 팀을 관리한다.

감독 선임도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KDB 생명은 시즌 막바지 박영진 감독과 재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연맹에선 이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새 감독을 찾아 논란이 일고 있다. WKBL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들을 허수아비 감독으로 앉히려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신 총재는 앞서 ‘첼시 리’ 사태 때도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2016년 부천 KEB 하나은행과 ‘첼시 리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첼시 리는 혈통과 신분을 속이고 국내선수 자격으로 KEB하나은행에서 뛰었다가 적발됐다.

시즌 전부터 이와 관련한 여러 언론 보도가 있었음에도 연맹과 신 총재는 첼시 리의 국내선수 자격을 용인했고 결국 리그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신 총재는 이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총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프로농구는 존폐 위기에 몰려있다. 국가 경쟁력은 사라진지 오래고 겨울 스포츠 경쟁자인 배구보다 입지가 좁아졌다. 팬들의 높아진 눈, 선수들의 기량 문제도 있겠지만 총재들의 방향성을 상실한 리그 운영이 가져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남자고 여자고 한국 농구는 총재들이 망쳐놓네요” 한 매체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이 댓글은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았다. 눈과 귀를 막은 총재들이 눈여겨 보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목소리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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