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만화 주인공’ 오타니의 혹독한 MLB 적응기

[옐로카드] ‘만화 주인공’ 오타니의 혹독한 MLB 적응기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에서 혹독한 적응기를 겪고 있다.

오타니는 일본 리그가 낳은 야구 천재로 통한다. 투타 양면에서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친 그에겐 ‘이도류’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안정적인 선수생활과 연봉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오타니는, 숱한 빅리그 팀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까지 요구하는 등 그야말로 만화 주인공과 같은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만화책 속에서 뛰어나온 주인공은 곧바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렸다.

시범경기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23일 현재까지 오타니는 28타수 3안타, 타율 1할7리로 고전 중이다. 투구도 녹록치 않다. 평균자책점이 16.21에 이른다. 8⅓이닝 동안 허용한 홈런만 4개다. 최고 구속은 98마일(약 158㎞)로 빠르지만 좀처럼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

그러자 오타니에 관심을 보였던 현지 언론의 태도도 싸늘하게 돌변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오타니는 아마도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의 마이너리그행을 점쳤다. 이 밖에도 “오타니의 타격은 고교 수준”이라며 그의 기량을 의심하는 기사도 속속 나타났다.

오타니의 부진 원인도 다각도로 분석되고 있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몸 쪽 승부다. 오타니가 몸 쪽 공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제 스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타니는 일본에서 몸 쪽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상대한 경험이 적다. 오타니는 일본에서 뛴 5년간 고작 4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타율 3할2푼2리 22홈런을 기록한 2016시즌에도 몸에 맞는 공이 1개에 불과했다. 투타 겸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오타니에 혹 상해를 입힐까 두려웠던 투수들이 몸 쪽 승부를 꺼렸기 때문이다. 

MLB 닷컴은 “오타니는 일본에서 1170타석에 들어서 타율 2할8푼6리, OPS 8할5푼9리, 48홈런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 투수들은 오타니의 부상을 염려해 몸 쪽을 많이 던지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MLB는 정반대다”며 오타니의 부진 원인을 지적했다.

예상 된 부진이라는 평가도 있다. 오타니는 투타 양면에서 정상급 선수였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최고들만 모인 MLB에서 고전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빅리그 선배 다르빗슈 유가 일본의 한 프로그램에서 “이도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오타니에게 한 포지션만 집중할 것을 조언한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로 모든 걸 예단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MLB 닷컴의 리처드 저스티스는 지난 18일 칼럼을 통해 “MLB 스카우터들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스즈키 이치로를 두고도 빅리그에 적합한 선수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데뷔 시즌 아메리칸리그 MVP와 신인상을 거머쥐었다”며 오타니가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지금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오타니 역시 자신은 전형적인 슬로스타터라며 지금의 성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22일(한국시간) “오타니가 에인절스의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개막전엔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개막 3번째 경기엔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오타니가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확신으로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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