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스타디움] 정영삼, 전자랜드가 기다린 ‘미친 선수’

정영삼, 전자랜드가 기다린 ‘미친 선수’

[in스타디움] 정영삼, 전자랜드가 기다린 ‘미친 선수’
“미.친.놈 되어보자!”

6강 PO 1·2차전이 열린 전주실내체육관 원정팀 라커룸 앞에 붙어 있던 글귀다. 

단기전은 정규리그와 다르다. 흐름과 분위기에 따라 경기 양상이 달라진다. 따라서 전력에서 열세를 보이는 팀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상위팀을 꺾을 수 있다.

이는 선수도 마찬가지다. 정규경기에선 미미했을지라도 단기전에선 경기를 장악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감독들이 “PO에선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는 이유다. 

KCC와의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유도훈 감독은 불현듯 전날(19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간의 2차전을 언급했다. 모비스는 무려 3점슛 12개를 터뜨리며 KGC를 무너뜨렸다. 유 감독은 “우리도 어느 ‘미친 선수’가 나와 3점을 시원하게 터뜨려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분명 외곽이 터져줄 거라는 믿음도 내비쳤다. 

그러나 2차전엔 유 감독이 바랐던 ‘미친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1차전에서 맹활약했던 브라운이 팀에 독으로 작용하면서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그리고 인천에서 치르는 3차전, 유 감독은 필승을 다짐했다. 홈에서의 첫 경기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선발 라인업에서부터 힘이 느껴졌다. 파울트러블 때문에 기용을 미루던 브라운을 이번엔 시작부터 투입했다. 초반부터 강하게 KCC를 압박하겠단 의도였다. 

그런데 전혀 기대치 않았던 선수가 유 감독의 계획을 완성시켰다. 정영삼은 전반전에만 3점슛 5개 포함 17득점을 올리며 KCC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반면 전자랜드는 정영삼의 활약 속에 뜨거워졌다. 

정영삼은 전자랜드의 심장과 다름없는 선수다. 2007년 데뷔 이후 줄곧 전자랜드에서만 뛰며 팀의 해결사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51경기에 나와 평균 22분을 뛰며 9.12득점을 기록한 정영삼은 그러나 올 시즌엔 팀 내 비중이 줄었다. 46경기에서 평균 15분52초를 뛰며 4.48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평균 3점슛 개수도 0.7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의 정영삼은 전성기 모습을 방불케 했다.

정영삼은 1쿼터 3점슛 2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심상치 않은 슛감을 보였다. 2쿼터는 그야말로 미쳤다. 3점슛 3개 포함 11득점하며 림을 폭격했다. 점수차를 54대31로 벌리는, 사실상 승기를 전자랜드 쪽으로 가져오는 맹활약이었다. 

전자랜드는 3쿼터 이정현의 맹활약, 그리고 4쿼터 하승진과 에밋 등의 활약으로 5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끝내 리드를 지켜내며 100대93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정영삼의 초반 활약이 아니었다면 승자는 KCC가 될 수도 있었다. 

전자랜드는 24일 인천에서 KCC와 운명의 4차전을 치른다. 

인천ㅣ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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