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꾸준히 시나리오 들어와, 스스로 칭찬하고 싶어"

[쿠키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기분이 너무 이상했어요. 예전 기억이 나서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손예진은 영화를 보고 자신의 20대 초반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클래식’ ‘내 머리속의 지우개’ ‘연애시대’ ‘여름향기’까지 수많은 관객의 추억을 장식한 손예진표 멜로영화들은 모두 그녀의 20대 초반에 찍은 작품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런 손예진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최근에 ‘클래식’을 극장에서 다시 봤어요. 다시 그 영화를 보면서 뭉클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저에게 그런 영화였어요. 20대 초반에 연기가 너무 어려웠던 때와, 예민했던 제 상황들이 생각났거든요. 멜로 작품들을 찍으며 감정 몰입이 어려워 음악을 들었던 모습이나 비 맞고 뛰는 장면을 찍었던 기억, 그리고 제 추억들이 새록새록 몰려와서 기분이 정말 이상했어요.”

손예진은 자신의 20대에 관해 “오로지 연기만을 쫓아 달려왔다”고 표현했다. 청춘을 연기에 다 바치느라 사랑은 작품 속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그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속에서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수아를 보며 그래서 더 반갑고 설렜다고 손예진은 말했다. “예전에는 아주 작은 것들에 놀라고 슬퍼하고 예민해 했지만 지금은 좀 무뎌졌거든요. 그걸 자꾸 끌어올려서 연기해야 하는 것이 배우인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속의 수아를 보며 저는 제 밑바닥에 있던 말랑말랑하고 선하던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어 좋았어요. 고마운 작품이죠.”

관객들이 ‘손예진표 멜로’를 반가워하는 만큼 손예진 또한 멜로 장르 작품이 고향 같고 좋다. 오랫동안 그녀뿐만 아니라 스크린 시장이 전체적으로 진한 사랑이야기를 외면해왔기 때문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더욱 보물같은 영화다. 

“저도 그렇지만 관객들이 제 멜로를 유난히 사랑해 주시는 걸 느껴요. 사실 저는 이런저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지, 굳이 멜로만 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하게 되며 유난히 ‘잘 돌아왔다’거나 ‘멜로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참 감사하면서도 기분이 묘하죠. 왜 사랑받는 것 같냐구요? 글쎄요. ‘클래식’을 다시 보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영화 속 사랑이 예쁘고 감정이 아름다운 만큼, 관객들도 자신의 추억을 함께 떠올리며 거울처럼 영화에 스스로를 비춰 보는 거 아닐까요. 추억을 되살려주는 캐릭터고 영화라서 좋아하신다고 생각해요.”

‘손예진표 멜로’로 불리는 작품들을 일일이 떠올리며 꼽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손예진 본인조차 그 시절에 자신이 했던 연기가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심지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전에 상대역인 소지섭과 함께했던 작품은 데뷔작이다. “그 때는 감독님들께 혼나느라 누가 옆에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소지섭 씨 만난다고 하니 그제야 겨우 ‘아, 그랬지’하고 어렴풋하게 추억할 수 있는 정도?”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기에 대한 욕심은 한결같다. “계속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나 소망은 재생산되는 것 같아요. 책임감이 바탕이 돼 있달까요. 거창하게 얘기하면 작품에 대한 사명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배우가 연기하는 한 끗 차이로 관객들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고, 나아가 그게 작품 전체에 대한 인상이 되죠. 언제나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색다른 시도를 해 보고 싶어요.”

“요즘 시간이 빠르다는 것도 느껴요. 세월이 가는 것과 나이를 먹어가며 바뀌는 저에 대한 고민이 많죠. 제 20대가 많이 불안했지만 풋풋하고 예뻤던 시절이라면 지금은 제가 보내는 시간에 대해 아까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제 시간들을 온전히 작품에 투자하려고 하죠. 그래서라기는 뭐하지만, 한 가지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어요.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했고, 그 덕분에 지금도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는 배우라는 것. 칭찬받아도 되겠죠?”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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