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행동치료 시행 주체, 정신과 의사만 해야 하나

인지·행동치료 시행 주체, 정신과 의사만 해야 하나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는 의료인의 ‘자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17일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 1층 대강당에서 ‘인지행동치료 건강보험정책 개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청회에서는 지난달 개편된 정신치료 수가체계 중 인지·행동치료 시행 주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개편안에 따르면 대표적인 정신과 영역의 비급여로 지적되던 인지·행동치료가 급여화 되고, ‘정신과/신경과 전공의 3년차 이상 및 전문의’만 시행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학회 측은 “인지·행동치료는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초해 개발된 심리학적 치료기법이다. 의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심리치료는 심리치료사에게”라며 인지·행동치료 시행 주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 해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영희 메타 통합심리 자가치유 연구소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수련을 받지 않는 의사들이 많다. 건강보험 당국은 인지·행동치료 수가를 신청하는 치료자들의 자격을 심사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자격을 심사해 자격을 발급하는 국제인지행동치료 인증기관 ‘ACT(Academy of Congnitive Therapy)’ 또는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등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자격을 받은 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신경과 전문의의 수련 과정에는 ‘인지·행동치료’와 관련한 과정이 없고, 정신과 전문의의 경우에도 인지·행동치료 수련 과정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임상심리, 상담심리, 건강심리, 정신사회사업가, 정신간호사 등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려면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전문가 자격을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에 관여하게 될 경우에는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자격을 받은 정신과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치료를 할 수 있으며, 이 때 건보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인지·행동치료를 하고자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전공의는 전문가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소정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특히 신경과 전문의들은 수련 과정 중에 인지·행동치료는 물론 여타의 정신치료에 관한 수련을 받지 않는다. 소정의 수련 과정을 거치고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전문가 자격을 받으면 급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효과적인 인지·행동치료를 위해서는 임상심리사들과 의료인이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정혜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의료인만 이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하면 국민의 정신건강문제를 개선시킬 수 없다”면서 “인지·행동치료는 심리적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심리치료의 일종이다. 임상심리사들은 지난 20여년간 정신보건 전문요원을 활동하며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했다.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받지 않은 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그걸 채워줄 수 있는 인력은 임상심리사다. 또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지·행동치료를 의사만 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민병배 마음사랑인지행동치료센터장은 “임상심리사는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이미 인지행동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 전문성, 업무 범위가 인정됐다. 그동안 의료기관 내에서 비급여의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를 시행했으며, 정부기관, 기업, 학교, 상담센터 등 수많은 비의료기관에서 치료를 연구, 출판, 교육, 시행했다”며 “인지·행동치료 시행주체에서 임상심리사가 배제된 것은 인지·행동치료를 의료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껏 시행해 온 행위들은 불법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의 영역은 의료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신건강 영역은 더욱 의료인만의 독점적인 영역이 돼선 안 된다”며 “마음의 고통은 전인적인 문제와 관련되며, 생물-심리-사회적으로 이해해 다학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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