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그에게 스타크래프트는 무엇이었나

[옐로카드] 그에게 스타크래프트는 무엇이었나

[옐로카드] 그에게 스타크래프트는 무엇이었나

전직 프로게이머이자 현직 인터넷 개인방송인인 A씨가 승부 조작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지스타 게임 박람회 스타크래프트 대회 8강전에서 고의로 패했다. 당시 그는 지인들과 함께 1000만 원가량을 배팅해 총 1500만 원을 벌어들였으며, 승부를 조작한 대가로 450만 원을 받았다.

더 나아가 A씨는 지난 2월 개막한 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주최의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도 승부 조작을 모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대회 본선에서 패배해 탈락했고, 대회 주최 측은 “해당 선수에 대한 혐의가 확정되면 모든 e스포츠 대회 영구 출전 정지와 함께 상금 몰수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 지 20년이 됐다. 전성기 시절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여전히 개인방송 등지에서 e스포츠로서 수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종목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7년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의 450만 원짜리 패배가, 1세트 당 225만 원에 불과한 패배가 이 장수 게임의 e스포츠로서의 생명력을 앗아갔다. 스타크래프트만큼 승부 조작에 민감한 종목이 있었던가. 프로리그 근간을 송두리째 부쉈던 사건 이후 7년의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게임이 여전히 승부 조작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A씨는 제 손으로 증명하고 말았다.

A씨가 스타크래프트와 함께한 세월은 대략 10년이었다. 그는 2009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리그가 종료돼 사실상 직업의 수명이 다한 후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콘텐츠 삼아 인터넷 방송을 진행해왔다. 프로게이머 지망생·연습생 시절을 포함한다면 그와 스타크래프트의 인연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현역 시절에 크게 이름을 떨치지 못했던 A씨지만, 지난 수년 동안 개인 방송을 진행하면서 뒤늦게나마 유명세를 탔다. 크고 작은 대회에 입상하면서 그를 응원하는 고정 지지자들도 얻었다.

A씨는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얻은 모든 성원과 신뢰를 고작 450만원에 등졌다. 그는 이제 이 업계 어디에서도 환대받지 못할 것이다. 지난 10년은 없던 세월이 됐고, 그동안 만든 인연은 브로커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던 사람이 됐다.

450만원.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적다면 적은 돈이다. 그는 왜 자신의 10년을 겨우 450만원과 맞바꿨을까. 자신의 청춘을 다 바친 세계를 배신한 대가치고는 너무도 초라한 액수 아닐까. 아무리 뜯어봐도 450만원보다는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제 모두 부질없는 이야기가 됐지만, 그래도 A씨에게 묻고 싶다. 그에게 이 게임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다음 대회에서 또 다른 승부 조작을 계획할 만큼 가벼운 것이었는가를. 도대체 그에게 스타크래프트란 어떤 의미였나를 묻고 싶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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