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담배냄새 안난다고?…아이코스의 허점

[기자수첩] 담배냄새 안난다고?…아이코스의 허점담배냄새가 안 난다는 이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돼 금연구역에서는 피울 수 없다. 즉 궐련형 전자담배도 흡연구역에서만 피울 수 있다는 것인데 일반 궐련형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는 흡연장소에서 냄새가 몸에 배지 않기는 어렵다.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입에서 담배냄새가 덜 난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흡연으로 인한 유해성 문제까지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 

담배회사들이 이 같은 현실을 고려했는지는 관심 없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간접흡연’으로 노출되는 유해물질은 수천가지이며, 이 중 비소·벤젠·크롬·부타디엔 등 발암성 물질도 포함돼 있어 지속적으로 노출 시 비흡연자에게 폐암·후두암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 암 이외에도 소아에서 천식 악화, 폐렴 발생 및 성인에서 뇌심혈관계질환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공공장소의 흡연부스를 보면 많은 흡연자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밀폐형 흡연부스는 이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가득차있어 숨쉬기조차 쉽지 않지만 환기시설 등은 열악한 상황이다. 

일례로 제주공항의 흡연부스는 10명이 정원이다. 하지만 공간 가득 흡연자가 찰 경우 20명이 넘어 숨조차 쉬기 힘들고, 흡연자들이 출입할 때마다 열리는 문으로 새어 나가는 담배연기는 밖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비흡연자에게도 불편함을 야기한다.

이러한 장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담배냄새가 안 날까.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더 증가하면 일반형 궐련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부스를 나눠달라는 요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처음 출시됐을 때 많은 소비자가 유해성이 덜하다고 해서, 냄새가 안난다고 해서, 금연을 위해, 궐련비용이 저렴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선택했다. 하지만 담뱃값은 세금 인상으로 선택의 이유에서 빠졌고, 이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해성 결과를 발표하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궐련형보다 유해성이 적어 선택한다는 이유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담배는 어떤 종류든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것을 모든 흡연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기존 담배보다는 건강에 덜 해롭겠지’ 등의 흡연자의 희망사항을 악용한 담배 마케팅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고, 정부도 이를 방치해 새로운 담배시장이 형성되고 뒤늦게 금연정책을 펼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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