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손해배상대불비 강제징수 나선 중재원에 의료계 '갑질' 분노

의사협회 "의료계 이유 모른채 6년만에 부담액 2배 올라…재원 사용 확인해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불금 소진에 따라 대불비용 부담액을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하자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한시적으로 운용될 것이라 알았던 제도가 아무런 고지 없이 6년 만에 2배가 넘는 금액으로 부활했기 때문인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사협회)는  “의료계와의 어떤 의견 수렴 없이 통지서를 보내는 것은 갑(甲)질로 비춰진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손해배상금 대불비용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법원의 판결과 중재원의 조정 성립 등으로 확정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의료중재원에서 피해자에게 이를 먼저 지급하고 추후 손해배상의무자에게 상환 받는 것을 말한다. 즉 대출과 같은 개념으로, 중재원에 대불을 신청한 의료기관은 법정 이자를 더해 상환하면 된다. 

중재원은 제도 시행 초기에 대불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원천 징수했다. 하지만 최근 재원이 모두 소진되면서 추가 징수를 결정한 것이다.

중재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8년도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안에 따르면 올해 적립금 약 23억 5322만원을 목표로 의원급 보건의료기관 개설 운영자 2만9675명이 7만9300원을 내야한다. 시행 초기에는 3만9650원이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인에 대한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 없이 당사자에게만 대불비용 부담의 의무를 지우는 것은 입법목적을 간과해 그 법적용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근본적으로 과실 책임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대불제도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를 대상으로 그 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그 금액과 납부 및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포괄위임하고 있어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과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사적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 가능성까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의사협회의 주장에 동의하며 ▲중재원의 일방적인 대불비용 징수부과 즉시 철회 ▲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에 대한 위헌소송 제기에 적극 참여 ▲일방적으로 의료공급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현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및 불가항력한 의료사고의 경우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의료기관 손해배상대불비 강제징수 나선 중재원에 의료계 '갑질' 분노

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의료사고 시 법률상 손해 배상책임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의료배상공제조합이다. 보험과 성향이 같다. 일반 보험회사에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보험이 있다”며 “만약 국가의 지원을 통해 중재원에서 이런 보험의 역할을 한다면 그곳에 지불할 의향이 있다. 그러나 중재원의 이 제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은 의료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이중으로 돈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별도의 고지 없이 제도가 또 시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의료사고가 났을 때 국민들에게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취지는 이해를 하지만 한시적으로 운용한다고 했던 제도가 갑자기 시행됐다”며 “1000원, 2000원 오른 것도 아니고 2배가 올랐는데 적어도 의사협회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마치 협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6년 동안 중재원은 수십억의 재원을 다 썼다. 3년 뒤, 5년 뒤에 또 우리에게 청구를 할 것이다. 왜 금액이 올랐는지, 어떤 산출 방식을 가졌는지, 깨끗하게 모든 재원을 사용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대불보상팀 관계자는 “처음 제도 안내를 했을 때 중재원은 대불비용을 정기적으로 납부하지 않되, 남은 금액이 4분의 1 이하로 내려갔을 때 추가로 지불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고 했다”며 “지난해 8월 보건의료단체 실무회의에서 추가 징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용을 공유 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행 초기 지불 비용은 위험도상대가치금액에 따라 산정돼 의료기관 마다 차이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 다음 해 부터는 상대가치 평균을 내 의원급 의료기관 신규 개설자에 다 똑같이 3만9650원을 부과하도록 했다”며 “다나의원의 집단 C형간염 감염사태 등으로 인해 의원급에서 다수 대불청구 상황이 생기면서 의원급 재원이 마이너스 7억5000만원까지 왔다. 마이너스 부분을 충족시키고 원래의 적립금으로 올리기 위해 기존 금액을 두 번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금으로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그렇게 운영하면 지금의 100대 가까이 올라가 부담금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또 의료소송은 의사와 병원, 환자 개인의 손해배상 채무 문제다. 개인의 손해배상 채무를 국가 예산으로 한다는 것은 법정논리에 맞지 않다”며 “국가가 의료사고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줄 의무는 없다. 논리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가 100% 만족할만한 제도는 아니지만 불리한 제도는 아니다. 이 제도를 이용할 정도면 병원은 상한가가 있는 보험이나 은행 대출 이용이 어려울 정도다”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배상금을 마련해 갚아야 하는데, 중재원에서 전액을 대불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불비용 추과 징수 관련 의사협회가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중재원은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관계자는 “이미 제도 시행 초기에 있었던 행정소송, 헌법소송에서 의사협회는 패소했다. 그 때 주장과 지금 주장이 내용 차이가 없기 때문에 동일한 판결이 다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달가운 상황은 아니지만 의사협회에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2년 의사협회는 대불금 제도가 의사들의 재산권을 심각해 침해하는 헌법적 위헌 요소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대불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적합하다는 판결이 났다. 2015년 의료기관개설자가 중재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 대불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원천징수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났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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