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가져오세요” 우리은행, 담보 위주 中企대출 관행 여전

“담보 가져오세요” 우리은행, 담보 위주 中企대출 관행 여전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관행이 여전히 담보 위주의 ‘낡은 행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년째 중소기업의 성장성과 혁신성, 기술성 등을 중심으로 대출에 나서줄 것을 강조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신용대출 비중은 2014년 21.7%에서 2017년 15.2%로 6.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보증서와 동·부동산, 예금·유가증권 등을 담보로한 대출은 78.3%에서 84.8%로 증가했다. 이는 3년간 우리은행의 중기대출이 담보위주로 확대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은행의 2014년 말 중기대출 잔액은 65조3810억원에서 지난해 말까지 3년간 10조9580억원 증가했다. 중기대출이 11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은 2조5841억원 감소했고, 담보대출은 13조5421억원 늘어났다.

우리은행이 가장 많이 늘린 중소기업 대출은 동·부동산 담보대출이다. 2014년 말 중소기업 동·부동산담보 대출은 35조8287억원에서 지난해 말 48조3225억원으로 12조493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담보대출이 13조542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담보대출 대부분이 아파트나 공장, 택지 등을 담보로 취급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은행권 가운데서도 눈에 띄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67.6%, 신한은행은 71%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84.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담보대출 중심의 중소기업 대출이 이처럼 확대되는 동안 우리은행의 순익은 급증했다. 2014년 말 1조214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1조5120억원까지 늘어났다. 담보 위주의 안정적 대출 운용과 함께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그 사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글로벌 경제 분위기 속에 자금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기술력 등 비재무적 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나 담보로 제공할 부동산의 유무”라며 “대출이 되더라도 금리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가 대다수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고금리를 감수하고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권으로 눈을 돌렸다. 중소기업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은 지난해 사상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2013년 이후 큰 폭으로 급증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신용대출이 2015년부터 부동산 파이낸싱(P/F) 대출의 상환에 따라 급격히 감소했고, 감소한 부분을 중소기업에 대한 비재무적 대출로 채웠다는 해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2~2014년 대규모 부동산 분양이 이루어지면서 당시 부동산 P/F대출이 많이 취급됐다. 이후 이러한 P/F대출이 2015년부터 상환돼 중기 대상 신용대출이 크게 줄었다. 그 당시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비재무적 대출을 강조했고, 우리은행도 이에 따라 중기 대상 신용대출을 늘려 줄어든 신용대출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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