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IOC의 평화 메시지는 정말 중립적일까

IOC의 평화 메시지는 정말 중립적일까

[옐로카드] IOC의 평화 메시지는 정말 중립적일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오락가락 잣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자신들이 의미를 부여한 특수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관대했다. 문제는 이 같은 비(非)일관적 태도가 스포츠의 기본인 페어플레이 정신까지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기까지 IOC는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다. IOC는 지난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논의하던 당시 “북한 선수 5명이 뛰게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앞서 우리측이 경기력 등을 이유로 제시했던 마지노선은 3명이었다. 이후 IOC는 남북 단일팀의 영문 머리글을 ‘COR’로 쓴다고 발표하는 등 주도적으로 단일팀을 성사시켰다.

IOC는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입장-단일팀을 통해 평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보인다. 이념적 차이와 무관하게 올림픽은 모두가 하나 되는 자리임을 부각하고 싶은 모양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년간 몇몇 올림픽에서는 전쟁 중이거나 휴전 중인 대립국이 나란히 대회에 참가해 이슈를 낳았다. IOC의 의도는 역사적으로 분명했다.

IOC 바흐 위원장은 지난 1일 매체와 만난 자리에서 “IOC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 서로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방북을 위해 북한과 조율 중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그의 적극성이 평양에까지 뻗어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IOC가 특정 제스처에 평화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별개로 이를 받아들이는 국가들의 반응은 상대적이다. 가령 바흐 위원장의 방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국가 내지는 단체들은 북한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 본다. UN은 지난해 말까지 북한이 자행한 미사일·핵 실험에 대한 국제적 제재 강도를 한창 높이는 중이었다. 북한과 각을 세워온 미국은 이번 남북단일팀 소식에 올림픽 불참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스포츠가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좋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를 위해 IOC는 모든 상황과 여건에 동등한 잣대를 적용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만은 아직도 올림픽에서 ‘차이니스 타이페이(Chines Taipei)’라는 국가명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고 한다. IOC가 1979년 나고야에서 결의한 사항인데, 타이완뿐 아니라 세계 각계에서도 청원을 올리고 있지만 IOC는 요지부동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려던 캐나다 출신 귀하 아이스하키 선수 맷 달튼은 투구를 테이프로 가려야 할 처지여 놓였다. IOC가 이순신을 ‘정치적인 상징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덤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종우는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종이를 들고 경기장을 순회했다가 동메달 박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IOC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경기 내적인 규칙까지 깼다. 엔트리 정원을 예외적으로 남북단일팀이 늘리는 것을 허락했고, 북한 선수는 경기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3명 이상 경기에 투입해야 한다는 강제조항도 넣었다. 이쯤 되면 이 팀은 경쟁을 통해 메달을 획득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대회 흥행과 평화적 메시지로 점철된, 속된 말로 ‘깍두기’로 대회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자 일각에선 당초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대회에 참가할 만한 실력이 없었음을 말한다. 결국 이들이 이벤트성 팀이라는 것을 더욱 인정한 꼴이다.

스포츠의 기본은 공정한 경쟁이다. 올림픽은 가장 큰 스포츠 대회로, 그 어느 대회보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진득하니 실현해야 한다. 이 때문에 IOC의 ‘내로남불’ 잣대는 팬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IOC가 정말로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갈등관계를 올림픽 흥행의 동력으로 삼은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 역시 온데간데없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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