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나간 이대목동NICU, 남은 건 로타바이러스?

수술실 이어 NICU도 강제 진입… 감염확산 의혹에 휩싸인 경찰

지난해 1월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란 드라마가 있다. 극 중 아동 성폭행범이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원한이 맺힌 피해자 아버지는 범인의 수술을 막으려 여주인공을 인질로 잡고 수술을 멈추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김 사부는 굴하지 않고 수술을 마치고 협박범을 설득해 경찰에 인계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경찰들은 수술실을 에워싸고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이유는 수술실의 경우 감염의 우려가 있어 의사와 간호사 등을 제외하고는 출입을 막거나 관리하는 통제구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점이다. 경찰 등이 수사를 목적으로 통제구역을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014년에는 일명 ‘수술실 습격사건’으로 명명된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진단명을 허위로 기재해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혐의를 포착, 압수수색 명목으로 의료진의 제지를 뚫고 수술중인 수술실에 진입했다. 수술을 받던 환자는 당시를 “끔찍한 사건”이라고 떠올리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고, 경찰은 처벌과 주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수술실 습격사건과 같은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됐다. 이번에는 NICU(신생아중환자실)였다.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NICU가 경찰들에 의해 뚫렸다. 


◇ 감염관리지침 ‘기본’ 안 지킨 경찰

NICU는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과 함께 대표적인 통제구역이다.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입구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화면)와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구둣발로 NICU에 침입했다. 

16일 오후 11시경 경찰은 연이은 CPR과 신생아들의 사망사고에 놀란 보호자 신고로 병원으로 출동했다. 이후 의료진이 미처 출입을 통제하기 전 NICU 내부로 들이닥쳤다. 감염관리지침에 의거한 손 씻기를 비롯해 감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였다.

당시 이대목동병원 NICU에는 12명의 신생아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의료진들은 6시경부터 3~4시간 동안 환아들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4명의 신생아들을 살려내지 못했고, 남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의 사망을 선고한 후 사후처리를 하고 있었다.

남은 12명의 신생아들을 위해 통제는 유지됐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은 12명의 신생아들이 타 병원으로 전원(transfer)되기 전부터 간호사들을 독촉해 간호기록지를 비롯한 서류를 요구하는 등 NICU 내부를 돌아다녔다.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의료폐기물을 바닥에 쏟아 증거를 수집하는 등 감염관리지침을 무시한 행동들이 이어졌다. 심지어 신생아들이 달고 있던 주사제를 모두 떼는 등 의료진이 남은 환아조차 제대로 수습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했다.

현장에서 경찰의 행태를 목격한 병원 관계자는 “NICU 담당 의료진을 비롯해 병원 내 타과 의료진들까지 모여 환아들을 수습하고 상황을 해결하려는 혼잡한 상황에 경찰들까지 제지 없이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경찰들의 고함소리와 통화소리, 보호자의 절규 소리, 의료진들의 다급한 외침까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면서 “앞으로 살면서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고 당시의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NICU에서 환아들을 수습하던 또 다른 의료진은 “경찰들이 일절 손위생이나 덧가운, 일회용 가운을 입지 않은 채 들이닥쳤다”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남은 환아들의 감염 위험이 걱정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경찰 지나간 이대목동NICU, 남은 건 로타바이러스?
◇ 경찰에 의한 로타바이러스 감염확산? 질본, 가능성 인정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경찰에 의한 NICU 강제진입 소식을 전해 듣고 경찰에 의한 로타바이러스 확산의혹을 제기했다. 

남은 12명의 신생아들이 타 병원으로 전원하기 전 수행된 로타바이러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전원 후 검사에서는 9명이 양성판정을 받은 것은 감염관리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찰의 행태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청과의사회는 "감염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고 12명의 미숙아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사망한 아이들에게서 나온 의료폐기물들을 바닥에 흩뿌리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식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로타바이러스 보균자가 신생아중환자실을 돌아다니며 간호기록지를 요구하고 NICU 내 물품들에 손을 대는 과정에서 균이 확산돼 타 병원으로 아이들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질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은 통제구역이기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경찰이 들어가서는 안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기들은 인큐베이터라는 격리된 공간에 있었고 경찰들이 직접 아이들을 만졌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면서도 “이전까지 발생하지 않았던 감염문제가 외부인이 들어가 퍼졌다면 외부인에 의한 감염으로 봐야겠지만 고려해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하기 전 로타바이러스가 확인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로타바이러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역학관계를 좀 더 살펴봐야할 것 같다. 현재로썬 경찰의 오염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는 “전원 과정에서 병원들은 로타바이러스 등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환자를 받는다”면서 “전원 전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전원 후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잠복기를 생각했을 때 경찰에 의한 확산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로타바이러스는 사람의 대변에 존재해 화장실에서 변을 본 후 또는 아이의 기저귀를 교환한 후 손을 씻지 않을 경우 그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잠복기는 24~72시간이며 주로 영·유아나 아동에게 발병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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