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우리팀이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우리팀이 이변의 희생양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옐로카드] 우리팀이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은 늘 화젯거리다. 그러나 그 누구도 본인이 응원하는 팀이 이변의 희생양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30분 중국 쿤산 스포츠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을 치른다. 이보다 2시간30분 앞선 오후 5시엔 베트남이 카타르와 4강전 대결을 벌인다.

한국이 대회 첫 우승컵을 도전 중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4강에 진출했지만 결과에 대한 박수보다는 경기 내용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봉길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축구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리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전력상 우세인 팀을 상대로 소극적인 플레이로 답답함을 이어갔다.

특히 측면에 대한 질타가 거세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에서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으나 측면이 무너져 위기를 자초했다. 호주 같은 강팀뿐 아니라 시리아,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뻔히 드러난 약점을 상대팀은 대놓고 후벼 팠지만 김 감독의 대응은 무뎠다.

이 가운데 최근 인터뷰가 불을 지폈다. 김 감독은 4강을 앞두고 “우즈벡은 공수 모두 안정적이고 밸런스가 좋은 팀이다. 반면 우리는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있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라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거 인천을 이끌 당시 패기로 무장했던 ‘봉길 매직’은 온 데 간 데 없다.

한국은 모든 연령대에서 우즈벡에 강했다. 성인대표팀은 199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1패를 경험한 뒤 지금까지 14경기 연속 무패(10승4무)를 기록 중이다. 연령대를 낮춰도 전력 차는 뚜렷하다. 올림픽 대표팀 전적은 7승1무, U-20은 3승1패다. U-17은 2승2무로 앞서 있다.

우즈벡이 앞서 일본을 4대0으로 대파하며 위협적인 공격력을 보였지만, 실은 일본이 이번 대회에 21세 이하 유망주 위주로 선수를 내보낸 뒷사정이 있다.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둔 처사다.

우즈벡의 실상은 조별리그로 거슬러 올라가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우즈벡은 카타르와의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뒤 중국, 오만전에서 간신히 1대0으로 이겨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조 1위는 3전 전승의 카타르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4강 상대인 우즈벡은 한국 약점인 측면을 집요하게 노릴 가능성이 높다. 서영재(함부르크) 등 기존에 점지해둔 측면 수비수가 대회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곧장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 포백에서 측면 수비를 맡고 있는 국태정(포항), 박재우(대전)는 상대팀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유기적인 협동 수비로 문제를 지워야 한다.

김 감독의 눈은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향해 있다. 그때는 전무후무한 공격수 손흥민이 가세한다. 그 외에도 2장의 와일드카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이번 AFC U-23은 아시안게임에서의 우승 경쟁력을 가늠할 마지막 실전무대다. 이를 알고 있는 김 감독 역시 미래를 내다본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사상 첫 우승에 대한 포부도 대차게 알렸다. 우즈벡전에서 화끈한 반전을 보인다면 지금까지의 부진은 ‘스파링’이 될 수 있다. 신태용호가 그랬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마저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김봉길호는 아시안게임에 닿기도 전에 좌초될 수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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